김 위원장이 미국을 상대로 ‘충격적인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직접 경고한 만큼 기존과 차원이 다른 위협적인 무기라는 관측이 많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미 본토를 겨냥한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여러 발의 핵탄두를 장착한 다탄두 ICBM은 한 번에 여러 개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미국 동부에 쏠 경우 워싱턴 뉴욕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 다탄두에 디코이(decoy·가짜 탄두)를 섞으면 요격하기도 힘들다. 다탄두 ICBM을 전력화하면 본격적 의미의 ‘핵강국’으로 인정받고, 북-미 비핵화 협상을 핵군축 협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북한이 판단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화성-14, 15형에 사용한 ‘백두산 엔진’을 개량해 (신형 엔진으로) 다탄두 ICBM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러 개의 탄두를 서로 다른 표적에 투하하려면 후추진체(Post Boost Vehicle)가 필수적이다. 1, 2단 추진체보다 더 오랫동안 연소하면서 탄두를 실은 재진입체를 각각의 투하 지점에 정밀 유도하는 장치다. 북한이 지난해 말 동창리에서 실시한 신형 엔진의 긴 연소 시간(7분)을 고려할 때 이 장치의 개발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고체연료 ICBM도 주시할 만한 대상이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4(ICBM급), 15형(ICBM)은 발사 전 연료 주입에 30여 분이 걸려 사전 징후가 미 감시망에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고체연료 ICBM은 배터리처럼 연료를 추진체에 끼우는 형태인 만큼 연료 주입 없이 즉각 발사가 가능하다. 대미 기습 핵타격력이 탁월한 고체연료 ICBM은 북한에 ‘핵 강성대국’의 최종 관문인 셈이다.
이와 함께 위성요격무기(ASAT)의 개발 가능성도 주목된다. 지구 궤도를 도는 미 정찰위성은 북한의 도발 징후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천리안’이지만 북한엔 ‘눈엣가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오래전부터 미 위성을 무력화하는 무기에 관심을 쏟아왔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7년 요격용 탄도미사일로 860여 km 고도의 노후한 자국 위성을 파괴한 바 있다. 미국 러시아 인도 등도 요격시험에 성공해 전력화한 상태다. 실제로 화성-14·15형을 고각으로 쏴 2800∼4470km 고도까지 올린 경험이 있는 북한은 위성요격무기의 기본 능력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보유한 옛 러시아 방공무기의 유도·항법 기술을 개량해 자국의 탄도미사일 능력에 접합시켜 위성요격무기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2, 3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신형 잠수함(3000t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이를 완성해 SLBM의 연속 발사 시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군용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의 코브라볼(RC-135S) 미사일감시정찰기와 미 해군의 신호정보정찰기(EP-3E) 등 2대가 새해 첫날인 1일 동해상과 한반도 상공에 잇달아 전개됐다. 김 위원장의 핵·미사일 시험 재개 시사에 따른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밀착 감시한 것으로 보인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