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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거론한 새 전략무기, 다탄두-고체연료 ICBM 가능성

입력 | 2020-01-02 03:00: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8∼31일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언급한 ‘새 전략무기’의 실체를 놓고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을 상대로 ‘충격적인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직접 경고한 만큼 기존과 차원이 다른 위협적인 무기라는 관측이 많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미 본토를 겨냥한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여러 발의 핵탄두를 장착한 다탄두 ICBM은 한 번에 여러 개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미국 동부에 쏠 경우 워싱턴 뉴욕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 다탄두에 디코이(decoy·가짜 탄두)를 섞으면 요격하기도 힘들다. 다탄두 ICBM을 전력화하면 본격적 의미의 ‘핵강국’으로 인정받고, 북-미 비핵화 협상을 핵군축 협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북한이 판단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화성-14, 15형에 사용한 ‘백두산 엔진’을 개량해 (신형 엔진으로) 다탄두 ICBM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러 개의 탄두를 서로 다른 표적에 투하하려면 후추진체(Post Boost Vehicle)가 필수적이다. 1, 2단 추진체보다 더 오랫동안 연소하면서 탄두를 실은 재진입체를 각각의 투하 지점에 정밀 유도하는 장치다. 북한이 지난해 말 동창리에서 실시한 신형 엔진의 긴 연소 시간(7분)을 고려할 때 이 장치의 개발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고체연료 ICBM도 주시할 만한 대상이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4(ICBM급), 15형(ICBM)은 발사 전 연료 주입에 30여 분이 걸려 사전 징후가 미 감시망에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고체연료 ICBM은 배터리처럼 연료를 추진체에 끼우는 형태인 만큼 연료 주입 없이 즉각 발사가 가능하다. 대미 기습 핵타격력이 탁월한 고체연료 ICBM은 북한에 ‘핵 강성대국’의 최종 관문인 셈이다.

북한의 현 기술력으론 북극성-3형(SLBM·사거리 2000km 이상) 정도의 고체연료 엔진이 한계로 보인다. 하지만 더 많은 고체연료를 싣기 위해 ‘미사일 몸집’을 키우는 데 북한이 총력을 기울이는 점에서 머지않아 ICBM급 사거리를 갖춘 고체연료 미사일을 완성해 시험발사를 강행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위성요격무기(ASAT)의 개발 가능성도 주목된다. 지구 궤도를 도는 미 정찰위성은 북한의 도발 징후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천리안’이지만 북한엔 ‘눈엣가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오래전부터 미 위성을 무력화하는 무기에 관심을 쏟아왔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7년 요격용 탄도미사일로 860여 km 고도의 노후한 자국 위성을 파괴한 바 있다. 미국 러시아 인도 등도 요격시험에 성공해 전력화한 상태다. 실제로 화성-14·15형을 고각으로 쏴 2800∼4470km 고도까지 올린 경험이 있는 북한은 위성요격무기의 기본 능력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보유한 옛 러시아 방공무기의 유도·항법 기술을 개량해 자국의 탄도미사일 능력에 접합시켜 위성요격무기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2, 3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신형 잠수함(3000t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이를 완성해 SLBM의 연속 발사 시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군용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의 코브라볼(RC-135S) 미사일감시정찰기와 미 해군의 신호정보정찰기(EP-3E) 등 2대가 새해 첫날인 1일 동해상과 한반도 상공에 잇달아 전개됐다. 김 위원장의 핵·미사일 시험 재개 시사에 따른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밀착 감시한 것으로 보인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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