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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미래 예언하는 영물… 다산과 풍요 상징도

입력 | 2020-01-02 03:00:00

민속학으로 본 경자년 ‘흰쥐의 해’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2020년 새해는 경자(庚子)년 흰색 쥐의 해다. 경자의 경(庚)은 십간(十干)의 일곱 번째로 방위로 서쪽, 오방색으로는 흰색에 해당된다. 자(子)는 십이지의 첫 자리로, 방위로 정북(正北)을, 달로 음력 11월을, 시간으로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를 말한다. 새해를 요즘처럼 굳이 색깔로 이야기한다면, 경자년의 ‘경’이 오방색으로 흰색이니 ‘흰 쥐’의 해다.

쥐는 역사 속에서 다양한 문화적 표상으로 나타난다. 가야의 고상(高床) 가옥 모양 토기에 쥐와 고양이가 장식돼 있다. 곡식 창고에 올라오는 쥐 두 마리를 노려보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이다. 통일신라 이후 쥐는 십이지신상으로, 무덤과 불교의 수호신으로 등장한다.

조선시대에는 쥐가 수박이나 무를 갉아먹고 있는 모습을 많이 그렸다. 신사임당(1504∼1551)은 쥐 두 마리가 수박의 빨간 속살과 그 앞에서 씨앗을 먹고 있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수박은 씨가 많다. 씨가 많다는 것은 다산과 풍요를 의미한다. ‘시경(詩經)’ 제1편 국풍 곡풍(國風 谷風)에 보면 무는 부부의 백년해로를 상징한다. 쥐가 수박, 무와 함께 그려진 그림은 부부애와 다산의 상징으로 읽힌다.

이야기 속 용한 점쟁이도 상자 속에 든 쥐가 몇 마린지 알아맞히기 힘들다. 유명한 점쟁이였던 고구려의 추남과 조선의 홍계관은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쥐의 수를 맞히지 못했다며 죽임을 당했다. 사실은 암컷 쥐의 배에 든 새끼 수까지 정확히 맞혔음에도 말이다. 쥐는 생태적으로 언제나 새끼를 밸 수 있기에 ‘다산왕’으로 통했다.

쥐는 미래를 예언한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권제9 혜공왕 5년조에 보면, “치악현에서 8000여 마리나 됨 직한 쥐 떼가 이동하는 이변이 있고, 그해 눈이 내리지 않았다”라는 글이 있다. 쥐는 자연의 이변이나 닥쳐올 위험을 예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쥐가 배에서 내리면 폭풍우가 온다’는 속담이나 ‘쥐가 없는 배는 타지 않는다’는 속담도 쥐의 신통한 능력을 말하고 있다.

쥐는 정보기술(IT) 시대의 안성맞춤 캐릭터다. 함경도 지방의 창세가(創世歌·함흥의 무녀 김쌍돌이가 구연한 무속의 창세신화)에 불과 물의 근원을 알려준 생쥐 이야기가 나온다. 아주 옛날 세상이 만들어질 때 미륵이 태어나 해와 달을 이용해 별을 만들고 자신의 옷을 만들었다. 그런데 물과 불의 근원을 알지 못해 날곡식을 먹었다. 생쥐는 물과 불의 근원을 미륵에게 알려주는 대가로 세상의 모든 뒤주를 얻게 되었다. 쥐는 몸집은 작지만 어느 곳이나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조그만 정보체로 여겼다.

사람에게 쥐는 의약의 실험동물로 공헌하기도 한다. 쥐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며 미래의 일을 예시(豫示)하는 영물이다. ‘쥐띠는 잘산다’ ‘쥐띠가 밤에 태어나면 한평생 먹을 걱정이 없다’는 속담이 있다. ‘쥐띠 부자가 많다’는 속설도 있다.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민속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