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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 호흡 우선… 잔나비도 뜨기전 거쳐가”

입력 | 2020-01-02 03:00:00

방송 5000회 맞은 팝 프로그램 경인방송 ‘박현준의 라디오 가가’
故김광한 DJ 권유로 방송 입문… 기획-선곡-연출 직접 ‘국내1호 PDJ’




인천 미추홀구 경인방송 라디오 스튜디오에 앉은 박현준 DJ. 그는 “18, 19일 퀸 내한공연 때 ‘Radio Ga Ga’를 들으면 울 것 같다. 김광한 선배가 많이 그립다”고 했다. 경인방송 제공

매일 낮 12시, 라디오 주파수를 90.7MHz에 맞추면 심장박동이 들려온다. ‘혼자 앉아서 너의 빛을 지켜봤지/10대 시절의 밤을 함께한 유일한 벗…’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퀸의 ‘Radio Ga Ga.’ 그 빠른 비트 위로 명쾌한 목소리가 흘러든다.

“안녕하세요! 라디오 가가, 박혀어언∼준입니다!”

경인방송 라디오 ‘박현준의 라디오 가가’(매일 낮 12시∼오후 2시)가 5000회를 맞았다. MBC ‘배철수의 음악캠프’, CBS ‘한동준의 FM 팝스’와 함께 국내에 몇 안 남은 팝 전문 프로그램. 1일 오후 생방송을 마치고 전화를 받은 박현준 DJ(42)는 “나중에 프레디 머큐리를 만나면 밥 한번 사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라디오 가가’는 2006년 4월 3일 첫 전파를 탔다. 박 DJ는 “그날 첫 곡도 ‘Video Killed the Radio Star’였다. 잊혀가는 라디오만의 매력을 널리 퍼뜨리겠다는 각오를 표현한 셈”이라고 했다.

박 DJ는 국내 1호 ‘PDJ’로도 불린다. PD와 DJ를 겸한다는 뜻.

“기획, 선곡, 연출, 섭외까지 혼자 합니다. 지금은 이보나 작가와 둘이서 구성을 하지만 처음 3년간은 작가 역할까지 했으니 1인 제작이었죠.”

팝 전문이지만 국내 숨은 음악가들의 등용문으로도 유명하다. 2009년 시작한 토요 라이브 코너 ‘언플러그드 라이브’가 대표적이다. 첫 회 출연자가 싱어송라이터 검정치마였다.

“데이브레이크, 로맨틱펀치, 잔나비…. 모두 유명해지기 전, 저희 코너를 거쳤어요.”

2017년부터는 인천 연수구에서 이름을 딴 ‘연수대학가요제’를 연다. 라디오 생방송으로 대학생들의 음악 솜씨를 겨루는 이색 코너.

박 DJ에게 천직은 벼락처럼 왔다. 2002년, 김광한 DJ(1946∼2015)가 진행한 라디오 프로의 ‘청취자 일일 DJ 콘테스트’에 나간 것.

“딱 하루 출연했는데 그날 이후 김 선배가 밑도 끝도 없이 ‘너는 방송 일을 해야 한다’며 몇 달간 설득하더군요. 무역학을 전공하고 출판 디자인 일을 알아보던 차여서 처음엔 고사했는데….”

2004년까지 김 DJ 곁에서 작가로 일하다 2005년 첫 프로그램(경인방송 ‘박현준의 음악편지’)을 맡게 됐다.

“김 선배는 제게 DJ로서뿐 아니라 인생의 스승이에요. 생방송 중 김 선배의 부고를 듣고 한 시간 내내 펑펑 울며 진행한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박현준 팬덤’을 이끄는 그는 “초기엔 전문성에 무게를 뒀지만 이젠 대중과 호흡을 추구한다”고 했다.

“시장에서 나물 파는 아주머니라도 머룬파이브, 본 이베어를 부담 없이 들어보게 하는 것. 그게 새해 목표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