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前장관 “몰랐다” 주장과 배치 檢 “2015년 12월 5억 투자때 8500만원 부인 계좌로 송금”
‘부부 공동자산의 투자 사실을 알고….’ ‘펀드 출자 관련 협의를 하였으며….’
지난해 12월 31일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공소장에는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운용하던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실을 조 전 장관이 인식했다는 표현이 5번 나온다. “사모펀드 투자 사실을 몰랐다”는 조 전 장관의 기존 해명과 배치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 전 장관에 대한 A4용지 50쪽짜리 공소장(범죄일람표 제외) 중 20% 분량인 10쪽을 사모펀드 관련 범행에 할애했다. 사모펀드 관련은 차명주식을 백지신탁하지 않은 공직자윤리법 위반, 허위 증빙 자료로 공직자윤리위의 재산 심사 업무를 방해한 공무집행방해 등 2가지 혐의였다. 조 전 장관은 11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사모펀드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부인의 공소장 분량(8쪽)보다 길어져 검찰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서의 조 전 장관의 위법성 입증에 더 비중을 뒀다고 볼 수 있다.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던 2018년 초 정 교수가 호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일 때 4000만 원을 투자 명목으로 송금했다. 송금한 장소는 청와대 근처의 시중은행 효자동 지점이었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로부터 “동생(정모 보나미시스템 상무)과 함께 투자했는데 조 씨가 동생에게 명절 선물을 보냈다”는 얘기를 듣고 처남 정 씨의 투자 금액을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펀드가 가족 중심으로 이뤄진 것과 처남이 주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이번에야 알았다”고 했던 조 전 장관의 해명과는 정반대의 수사 결과다.
조 전 장관은 펀드 투자와 수익 관련 논의에도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있는 가족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자녀들에게 “투자용 인감증명서를 발급 받으라”고 지시하는 등 펀드 출자 관련 협의를 했다.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에 차명 투자한 8억 원에 대한 수익(연 8160만 원)의 세금 처리 문제를 정 교수와 함께 의논했다.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 차명 투자를 감추기 위해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2017년 7월, 2018년 2월, 2019년 2월 등 3번의 재산 등록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