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걷는 도시’ 1년 평가해보니 불법시설물 없애고 차량 속도 제한 사람들 몰려들어 상권 살아나… 용마산로 일대 유동인구 2배 껑충
1일 오후 보행특구로 지정된 서울 중구 만리동 서울로7017 인근 보행로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서울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행환경을 개선하면 유동인구가 늘고 상점 등의 매출액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시는 이 일대 170만 m²를 보행환경개선지구로 지정해 통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불법 시설을 정비하고 차량 속도 저감 시설 등을 갖춰 보행안전을 확보했다. 보도가 장애물 없이 매끄럽게 조성돼 젊은 부부가 미는 유모차, 행인이 끌고 가는 여행용 가방 모두 막힘없이 굴러갔다.
인근 식당에서 나온 직장인 최정윤 씨(32·여)는 “서울역 뒤편은 낙후됐을 거라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는데 오히려 길이 깔끔하고 장애물도 없어 편안하게 다닐 수 있다. 인근에 이색적인 분위기의 맛집도 여럿 있어 가끔 찾는다”고 말했다.
한양대 일대 다음으로 매출액이 크게 늘어난 곳은 서울로7017 도심보행특구 170만 m² 일대다. 2017년 30억3839만 원에서 2018년 35억4171만 원으로 16.6% 늘었다. 이어 서대문구 연세로 500m 구간 일대의 매출액이 10% 증가해 3위를 차지했다. 2014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연세로는 승용차의 진입을 막는다. 16인승 이상의 버스와 긴급차량,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다.
유동인구 변화가 제일 많았던 곳은 중랑구 용마산로 일대(2만8000m²)로 나타났다. 보행환경개선지구 사업을 진행한 뒤 유동인구는 2017년 4∼6월 1ha당 35만3190명에서 2018년 4∼6월 104만4190명으로 69만1000명(195%)이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 유동인구 평균 증가율은 18.8%였다. 도로포장과 안내표지 및 노면표지 설치 등을 하고 일정 시간 차량 통행을 제한한 강동구 강풀만화거리도 유동인구가 1ha당 7만9427명에서 13만3650명으로 1년 동안 68.3% 증가해 6위를 차지했다.
주민 삶의 질이 높아진 거리도 있다. 인근에 아파트와 빌라 등이 들어선 도봉구 도봉로110길 500m 구간은 차로를 축소해 협소했던 보도 폭을 넓히는 ‘생활권 도로 다이어트’ 사업을 진행했다. 보행자뿐만 아니라 유모차 등도 편하게 통행할 수 있게 되면서 이 거리의 유동인구는 1년 동안 35.6%가 늘었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보행환경 개선 효과는 사업 시행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적어진다. 지속적으로 보행환경을 관리하고 공연과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추가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