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주도 용병연주단 만찬 잠입… 악기함에 숨어 나간뒤 나흘 은신 전용기로 터키 거쳐 레바논 도착 日법조계 “사법제도 웃음거리 돼”
탈출극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25일 곤 전 회장의 도쿄 자택에서 열린 만찬회였다. 곤 전 회장은 연봉 축소 신고 등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일본을 떠나는 것은 금지된 상태였다.
곤 전 회장은 ‘일본 탈출’을 위해 용병까지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매체인 MTV에 따르면 민간 용병업체 직원들이 연주단 사이에 몸을 숨겨 만찬회에 잠입했다. 곤 전 회장은 길이 180cm의 콘트라베이스 보관함에 숨었고, 용병은 그 보관함을 들고 연주단을 가장해 자택을 빠져나왔다. 자택 출입구를 24시간 감시하던 폐쇄회로(CC)TV는 무용지물이었다.
세기의 탈주극 때문에 일본 사법 당국은 국제적 웃음거리가 됐다. 검사 출신의 한 일본인 변호사는 NHK방송에 “전 세계가 ‘일본 사법제도가 그 정도 수준인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앞으로 제2, 제3의 도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