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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도 울고갈 곤의 ‘성탄 대탈주극’

입력 | 2020-01-02 03:00:00

부인 주도 용병연주단 만찬 잠입… 악기함에 숨어 나간뒤 나흘 은신
전용기로 터키 거쳐 레바논 도착
日법조계 “사법제도 웃음거리 돼”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자동차 회장(66·사진)이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도주한 사건은 그의 아내가 총괄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1일 “곤 전 회장의 탈출 작전은 몇 주 전부터 아내 카롤의 지휘하에 주도면밀하게 준비됐다”고 전했다.

탈출극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25일 곤 전 회장의 도쿄 자택에서 열린 만찬회였다. 곤 전 회장은 연봉 축소 신고 등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일본을 떠나는 것은 금지된 상태였다.

곤 전 회장은 ‘일본 탈출’을 위해 용병까지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매체인 MTV에 따르면 민간 용병업체 직원들이 연주단 사이에 몸을 숨겨 만찬회에 잠입했다. 곤 전 회장은 길이 180cm의 콘트라베이스 보관함에 숨었고, 용병은 그 보관함을 들고 연주단을 가장해 자택을 빠져나왔다. 자택 출입구를 24시간 감시하던 폐쇄회로(CC)TV는 무용지물이었다.

곤 전 회장은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29일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기간에 그가 레바논 외교공관에 은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은 간사이공항에서 개인 전용기를 타고 터키 이스탄불로 떠났다. 아사히신문은 “(공항에서) 화물에 대해선 X선 검사 등이 의무화돼 있지 않고 기장의 판단에 따라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 곤 전 회장이 화물 상자에 숨어 비행기에 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스탄불에서 아내와 만난 곤 전 회장은 함께 개인 전세기를 타고 레바논 베이루트로 향했다.

세기의 탈주극 때문에 일본 사법 당국은 국제적 웃음거리가 됐다. 검사 출신의 한 일본인 변호사는 NHK방송에 “전 세계가 ‘일본 사법제도가 그 정도 수준인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앞으로 제2, 제3의 도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