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캐롤이 레바논 정부 상대로 남편 송환 로비 레바논 정부, 곤 탈출 지원설 부인..."우연히 겹쳤을 뿐"
레바논 정부가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 극적으로 일본을 탈출하기 약 1주일전 일본 정부 고위관료에게 곤을 레바논으로 보내라고 강력히 요구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을 잘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20일 스즈키 게이스케 일본 외무성 부상이 베이루트를 방문했을 때 레바논 정부로부터 곤의 레바논 송환을 강력히 요구받았다고 보도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스즈키 부상을 접견해 대화를 나누던 끝에 곤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레바논 정부는 약 1년전에도 같은 요구를 했지만, 곤이 실제로 탈출하기 전에 다시 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곤은 브라질의 레바논계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어린시절을 레바논에서 보냈고 현지에 자택도 가지고 있다. 부인 캐롤도 레바논 인이다.
FT는 위같은 사실을 볼 때 곤을 데려오려는 레바논 정부의 노력이 보다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곤이 지난 30일 아침 레바논 베이루트에 도착함으로써 일본 탈출에 성공한 과정에 레바논 정부가 개입했는지 여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가디 코우리 레바논 외교부 정무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레바논 정부가 곤의 송환을 요구했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의 탈출계획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설은 부인했다. 또다른 관리는 정부의 곤 송환 요구와 그의 탈출 시기가 우연히 겹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FT에 따르면, 곤 탈출계획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다. 전문가들로 이뤄진 팀이 계획을 짜고 시행하는데 참여했다. 곤은 경찰의 24시간 감시를 받고 있던 도쿄 집에서 몰래 빠져나와 오사카 공항에서 프라이빗 제트기를 타고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해 레바논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을 빠져나올 때 악기케이스 안에 몸을 숨겼다는 보도도 나왔다.
FT는 곤의 가족과 가까운 한 소식통을 인용해 개인경호요원들이 여러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여러 나라에서 활동했으며, 일본 내의 곤 지지자들이 그의 탈출을 도왔다고 전했다.
한편 곤의 변호사 히로나카 준이치로(弘中惇一郞)는 지난 12월 31일 기자회견에서 곤 전 회장의 레바논 출국에 대해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그는 앞으로 정보가 들어오면 법원에 제공하겠다며 “(곤 전 회장의)여권은 변호사가 가지고 있으며 변호단이 여권을 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큰 조직의 도움없이는 이런 일을 벌이기가 힘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