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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조기에 발견 땐 생존율 2배… 복부CT 촬영해봐야

입력 | 2020-01-03 03:00:00

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




인하대병원 박진석 소화기내과 교수(왼쪽)가 췌장암으로 수술을 받은 안모 씨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복통에 시달리다 인하대병원을 찾은 안 씨는 항암치료와 종양절제술을 받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별다른 질환 없이 건강했던 안모 씨(38)는 지난해 2월경 참기 힘든 복통에 시달렸다. 동네병원을 찾아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고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고통을 참지 못한 안 씨는 CT 검사 결과를 가지고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안 씨의 주치의인 인하대병원 박진석 소화기내과 교수는 안 씨의 췌장 꼬리에서 2.1cm 크기의 종양을 관찰했다. 종양이 복강 동맥을 침범한 상황으로 수술을 통한 절제가 힘든 ‘국소진행성 췌장암’으로 의심됐다. 내시경초음파에서도 종양이 복강 동맥을 침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교수는 ‘초음파 내시경 유도하 세침 흡인조직’ 검사를 한 뒤 췌장암으로 확진했다.

박 교수 등 의료진은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항암 치료부터 했다. 안 씨의 종양이 1cm 미만으로 축소되는 등 복강 동맥 침범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한 뒤 지난해 10월 27일 종양절제술을 시행했다. 안 씨는 병원에서 퇴원해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췌장암은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축구팀 감독도 앓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췌장암의 종양절제술이 가능한 경우는 10∼20% 정도다. 췌장암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을 추정한 상대 생존율도 10.8%에 불과하다.

췌장암 수술 후의 표준적 치료로는 ‘보조항암요법’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환자의 생존 가능성은 다소 떨어진다. 완전 절제가 되지 않는 무리한 수술의 경우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뒤늦게 췌장암을 발견하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주로 고령에서 발견되는 데다 효과적인 항암치료도 없었다.

그러나 젊은 환자인 안 씨 사례처럼 수술적 절제를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생존 기간을 늘리고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시행되고 있다.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 494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 결과 수술 전 항암 요법을 시행한 환자는 평균 생존 기간이 29.7개월에 달했다. 그러나 바로 수술을 시행한 환자의 생존 기간은 25.4개월에 그쳤다.

합병증도 수술 전 항암 요법을 시행한 환자는 평균 27%가량 발생했지만 바로 수술을 시행한 환자에서는 38%로 11%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생존율을 2배 이상 올릴 수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진단법은 복부초음파다. 췌장이 다른 장기에 파묻힌 데다 깊숙한 곳에 있어 검사를 시행하는 의료인의 능력에 따라 췌장암 발병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비만 체형의 경우 진단 확률은 더 떨어진다.

조기에 췌장암을 발견할 수 있는 최선의 검사는 복부 CT이다. 최신 장비의 경우 암의 크기가 0.5∼1cm인 것까지 찾아낼 수 있다.

박 교수는 “황달 증상이 있는 고령자는 복부 CT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고지방 음식을 피하고 운동을 통해 체중을 관리하고 췌장암 병력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