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종 사회부 차장
일부 지자체장은 현 경제 상황을 냉철하게 읽고 있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특히 경제가 그렇다”고 했고,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저출산 고령화와 국제 무역분쟁 등 모든 여건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글로벌 경제의 한파는 여전히 매섭고 성장동력의 새싹은 아직 여리고 약하다. 앞으로도 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초단체장들은 더 절박했다. 김병수 경북 울릉군수는 “계속되는 오징어 조업의 불황은 어업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했다. 이현종 강원 철원군수는 “가뭄 등으로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도전의 한 해였다”고 회상했고, 이항진 경기 여주시장도 “인구 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꼬인 남북 관계의 실타래를 풀겠다고 나섰다. 이 지사는 “개성관광 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지만 사실 개성관광 재개는 경기도가 단독으로 추진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현재 남북 관계에선 개성관광 재개 추진이 공언(空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투자 유치의 실효가 확보되기 위해서는 경제의 심장인 산업단지 조성이 뒤따라야 한다”며 “매년 100만 평 이상의 산업단지가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단언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산업단지 조성이 필요하지만 매년 100만 평(약 330만 m²)씩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뒤따른다.
올해는 경제 상황 등이 쉽지 않은 한 해라는 전망이 많다. 적게는 수천억 원부터 많게는 40조 원의 예산을 다루는 지자체장들의 어깨가 더 무겁고 책임이 막중하다. 이들의 계획에 따라서 지방경제에 온기가 사라지거나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년 신년사에는 덕담을 주고받는 ‘말잔치’가 아니라 주민의 피부에 닿는 현실적인 정책들이 빼곡하게 담겼으면 한다. 절박한 만큼 중앙정부가 아니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거론했으면 싶다. 자화자찬 식의 성과 자랑도 이젠 그만하는 게 좋겠다. 지자체장의 새해 일성은 각오와 철학 등이 담겨 파급 효과가 크다. 묵직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