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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 해외에 알리려면 자료 연구부터 선행돼야”

입력 | 2020-01-03 03:00:00

이응노 화백 국제적 재조명 기여한 이지호 前 이응노미술관장
작가-작품 관련 스토리텔링, 국제적 맥락에서 풀어내야
2014년 이응노 파리 기획전 때, 佛 앵포르멜 미술과 연계해 열어
DB-저작권자의 소통도 중요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지호 화이트블럭 시각예술연구소장은 “국내 작가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모으고 연구해 국제적으로 조명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지호 화이트블럭 시각예술연구소장(61)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 이응노미술관 관장을 지냈다. 이 소장은 2017년 프랑스 파리 세르뉘시미술관의 ‘군상(群像)의 남자, 이응노’전(展)과 퐁피두센터 회고전 개최를 적극 뒷받침하며 이 화백이 국제적으로 재조명받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 소장은 “미술관이 작가를 해외에 알리려면 탄탄한 연구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작가가 세계적으로 조명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국제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팩트(사실)가 있어야 한다. 팩트는 도록(圖錄)을 비롯한 자료 출간에서 비롯되고 이를 위한 연구가 필수다. 연구를 위해서는 작가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고 이를 확보하려면 작가나 유족, 저작권자와 원활하게 소통해야 한다.”

―파리 전시 이전에 이응노미술관에서도 기획전을 열었는데….

“2014년 이응노의 작품이 국제적인 맥락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제안한 ‘파리 앵포르멜 미술을 만나다’ 기획전을 열었다. 1950, 60년대 프랑스 앵포르멜 미술의 대표 작가인 한스 아르퉁, 피에르 술라주, 자오 우키와 이응노의 미술세계 사이의 관계를 조명해 이해의 바탕을 만들었다.”

―퐁피두센터, 세르뉘시미술관 회고전은 어떻게 도왔나.

“그들도 수년 전까지는 이응노를 잘 몰랐다. 이들 미술관이 이응노 회고전을 선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미술계의 언어로 그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르퉁, 술라주, 앙리 미쇼 등과의 연결고리를 맺어준 것이다. 이응노미술관에서 이응노와 소피 칼을 엮은 전시를 연 적도 있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이해가 되니 해외 미술관이 자체 전시를 기획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데….

“수요는 생기고 있지만 연구가 부족하다. 프랑스에 가서 우리나라 단색화를 이야기하면 그 이전에 ‘한국 추상미술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단색화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을 알고 싶다는 얘기다. 최근 프랑스의 한 연구자는 ‘너무 한국성(性)만 이야기하면 자칫 국가주의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미술계가 작가를 해외에서 조명받도록 하기 위해 할 일은….

“국내에 갇히지 않고 국제적 맥락에서 한국 작가를 풀어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 해외에서 활동하는 전문가가 부족해 자칫 소수의 외국인 연구자 시각이 한국 미술의 전부처럼 보일 우려도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