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글로벌 AI전쟁, 미래를 잡아라] <1> 일상-산업 속으로 스며든 AI
#2. “1∼4번 중 불량 반도체 칩이 몇 번인 것 같으세요?”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송파구 삼성SDS에서 AI 기반 불량 검출 시스템을 시연하던 직원이 질문했다. 눈으로는 네 개의 칩이 모두 똑같아 보였다. 하지만 AI는 불량품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중국과 베트남의 스마트폰 공장을 비롯해 전 세계 수십 곳의 삼성전자 공장에서 실제로 활용돼 불량 검출 정확도 95%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AI 시스템 ‘넥스플랜트’였다.
○ 올해가 AI 기술 패권의 ‘결정적 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 횡단보도에 2017년부터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화면에는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넌 사람의 얼굴이 뜬다. 안면인식 AI가 그 사람의 이름과 정확한 시각을 기록해서 지금까지의 무단횡단 기록을 보여주고, 통신사 시스템과 연결해 당사자에게 경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개인정보를 비롯한 모든 정보가 사실상 정부에 귀속된 중국은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AI가 확산되고 있다. 안면인식 AI로 지하철·공항의 출입, 쓰레기 분리배출 관리, 수업 태도 감시까지 현실화됐다. 아예 정부의 진두지휘 아래 AI 개발 선두주자인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커다쉰페이라는 4개 대형 기업이 각각 자율주행자동차, 의료 및 헬스, 스마트시티, 음성인식 등 특화된 기술개발 책임을 맡은 모양새다.
인구 860만 명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은 AI 스타트업 천국인 미국(1393개), 중국(383개)에 못지않은 362개 스타트업이 활동하며 글로벌 AI 시장의 연구소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 스타트업들이 AI 응용기술을 개발하면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사간다. 2017년 인텔이 153억 달러에 인수한 AI 기반 자율주행자동차 업체인 ‘모빌아이’가 대표적이다. 스타트업이 빠르게 소비되고 다시 탄생하는 왕성한 AI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 기술은 다 있다, 남은 건 시간 싸움
AI가 발전하려면 ①학습 가능한 양질의 데이터 ②고성능 컴퓨팅 ③차별화된 알고리즘이 필수적이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와 컴퓨팅 기술이라는 기반 조건은 이미 많다. 이제는 AI를 실생활과 산업에 접목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누가 먼저, 더 많이 개발하느냐가 글로벌 AI 패권을 쥐는 열쇠라는 것이다.
앞으로 AI가 상용화될 시장은 크게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과 개인 간 거래(B2C)로 나눌 수 있다. B2B 분야에선 크게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마케팅 △물류 △고객센터 △배달·컨시어지로봇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상무는 “기업마다 축적해온 데이터와 활용 분야에 따라 주력할 수 있는 부문이 다르다. 예를 들어 삼성은 제조와 물류 시장에서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 세계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B2C 분야에선 △음성인식 비서 △콘텐츠 큐레이션 △학습 △의료복지 △금융 시장이 있다. 전문가들은 아침에 일어나 AI 스피커에 그날의 스케줄과 날씨를 묻고, 개인의 취향을 알고 있는 AI가 골라준 음악을 들으며, AI가 추천해준 펀드에 투자하는 일상이 ‘구보 씨의 하루’가 될 것으로 본다. 일상에 스며든 AI 시장은 얼마나 커질까.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에 따르면 2025년 AI 시장은 최대 6조7000억 달러(약 775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형 중앙대 석좌교수(전 인공지능연구원 원장)는 “현재로선 시장의 규모를 가늠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로 AI는 인간 생활의 모든 분야에 기초가 될 것이다. 마치 증기기관―전기―컴퓨터와 같은 인류 범용기술이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 인공지능(AI) ::
인지, 학습 등 인간의 지적능력(지능)의 일부 또는 전체를 컴퓨터를 이용해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1956년 존 매카시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가 만든 ‘다트머스 회의’라는 학술회의에서 AI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초기에는 프로그래머가 각각의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짜주고 정해진 로직 안에서만 생각하는 수준이었지만 점차 인간의 뇌신경망을 본뜬 ‘딥러닝’ 기술이 확립되면서 AI의 연산 능력은 2.3개월에 2배씩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인지, 학습 등 인간의 지적능력(지능)의 일부 또는 전체를 컴퓨터를 이용해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1956년 존 매카시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가 만든 ‘다트머스 회의’라는 학술회의에서 AI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초기에는 프로그래머가 각각의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짜주고 정해진 로직 안에서만 생각하는 수준이었지만 점차 인간의 뇌신경망을 본뜬 ‘딥러닝’ 기술이 확립되면서 AI의 연산 능력은 2.3개월에 2배씩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텔아비브=이세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