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00일 전쟁]예상되는 정계개편 시나리오
지난해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현행 정당 구도에 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군소 정당들이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때마침 미국에 체류 중인 안철수 전 의원이 1년 4개월 만에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그의 행보가 정계개편 논의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도 변수다.
○ 안철수 복귀, 바른미래당 신장개업부터 나설 듯
2일 안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드리겠다”고 밝혔다. 안 전 의원은 “우리나라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됐다”며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의 복귀 선언은 아내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상의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바른미래당 창업주인 안 전 의원이 복귀하면 당명 등을 전부 바꾸고 ‘신장개업’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가능성 높게 보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명예로운 퇴진’을 이끌어낸 뒤 안 전 의원이 대안신당 일부와 중도세력 인사들을 영입해 ‘옛 국민의당+α(알파)’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안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해도 당을 장악해 본격적인 정계개편 동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손 대표는 2선 후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가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는 얘기를 내 입으로 한 일이 없다”며 당장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일각에선 당이 한창 힘들 때 외국에 머물며 마라톤 등 취미생활을 하던 안 전 의원이 이제 와서 총선에 뛰어드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안 전 의원의 독자 신당 창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 전 의원 측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복귀 일정과 방식은 정해진 바 없다”며 “국민의당계 인사들과 합치게 된다면 그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의원은 늦어도 설 연휴 전에는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 지지부진했던 보수 통합 논의에 물꼬는 낼 듯
어찌 됐든 안 전 의원의 복귀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보수 통합 논의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보수 통합 추진 연장선 차원에서 지난해 복당 승인을 보류했던 유승민계 조해진, 류성걸 전 의원의 복당을 허용했다. 황 대표는 “대통합 차원이다. 나라와 당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조치”라고 했다. 또 황 대표는 이날 대구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살리겠다는 뜻이 있는 모든 ‘우파세력’을 하나로 뭉치자”고 했다. 이어 새로운보수당을 염두에 둔 듯 “‘너 빼고’ ‘너는 잘못이니까’라고 하면 통합이 안 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과 새보수당 등 범보수 정당의 통합을 넘어 안 전 의원 측까지 헤쳐모이는 ‘빅텐트론’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이른바 ‘황교안+유승민+안철수’ 3각 연대가 제로그라운드에서 다시 시작하는 대통합으로 총선에서 야권 단일화를 통해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는 의미에서다. 황 대표는 최근 안철수계인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 등을 직접 만나 총선 야권 단일화 논의를 하는 등 안 전 의원 측과 통합·연대 논의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안 전 의원이 이에 부정적인 데다 한국당과 새보수당 역시 보수 통합 각론을 두고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도·보수 정당들이 현재 당 체제를 모두 허물고 순식간에 하나로 통합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따라 범야권 의석수 확대를 위해 새보수당과 우리공화당이 한국당의 위성정당화되는, 총선용 선거연대 수준의 정계개편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고야 best@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