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2020.1.3/뉴스1 © News1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3일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의외의 결정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유임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그래도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많았던 탓이다.
교육부와 교육계 얘기를 종합하면, 유 부총리는 마지막까지 ‘총선 출마’와 ‘잔류’를 놓고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는 오는 4월 총선 출마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열렸던 지난해 10월21일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장에서다.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총선 출마 여부를 묻자 유 부총리는 이렇게 답했다. “출마 안 한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이전까지 비슷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임명권자(대통령)의 의견을 존중해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집단 휴업’ 압박에도 사립유치원 개혁을 이끌어낸 과정은 그의 결단력과 뚝심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 대학혁신 지원방안, 사학혁신 방안 등 굵직굵직한 정책 발표도 지난해 연말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3선 국회의원’으로 나아가려던 유 부총리의 발목을 ‘조국 사태가’ 붙잡은 모양새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이후 후임자 인선에 난항을 겪은 것이 ‘총선 불출마’ 결정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10여명의 인사가 부총리 후보 물망에 올랐지만 상당수가 고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소식에 밝은 한 교육계 관계자는 “‘조국 사태’로 가족까지 탈탈 털리는 상황에서 선뜻 나서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교육부장관으로는 무난하나 부총리 급에는 맞지 않아 탈락한 인사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경우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총선을 넘어 지금까지 추진해오던 교육정책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로 돌아가는 것이 유 부총리에게도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교육계는 추측하고 있다.
더욱이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를 포함한 고교 체제 개편,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같은 것은 하나의 정책을 넘어 우리 교육제도의 근간을 다시 확립하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 임기 중반을 넘어선 문재인 정부가 교육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꼭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총선 불출마 선언에서도 그의 이런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유 부총리는 “10년 동안 저를 이렇게 키워주셨고, 또 제 터전이었던 일산을 생각하면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하며 순간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라면서도 “지난 1년3개월동안 시작한 일들이 많다. 시작만 해놓고 뒤돌아서버릴 수 없었다”며 책임감을 내비쳤다. “문재인정부의 첫번째 여성 사회부총리이자 교육부장관으로 제 쓰임이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는 말도 했다.
유 부총리의 불출마가 확정되면서 전날(2일) 발표한 교육부 신년사도 주목받고 있다. 곧 국회로 돌아가려는 장관의 신년사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사’라고 불러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정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유아 교육 공공성 강화 방안 등 10가지 정책을 구체적으로 들며 “각별히 챙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3선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다시 출발선에 선 유 부총리의 다음 행보에 교육계 관심이 쏠린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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