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이 항암에 효과적이라는 소문이 퍼져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사람용 구충제인 ‘알벤다졸’이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주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오랜 기간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했는데 알벤다졸을 복용한 뒤 증상이 싹 사라졌다는 주장이 공유됐다.
한 유튜버는 “알벤다졸 복용 중에 전혀 예상 못한 부작용이 생겼다. 지난 20년 동안 알레르기 비염으로 연 20~30통씩 비염약을 먹었는데, 2019년 11월에 우연히 알벤다졸을 복용한 후로는 재채기가 멈췄다. 지금은 비염약도, 알벤다졸도 먹지 않고 있는데 전혀 알레르기 증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댓글에는 비슷한 효과를 봤다는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기생충이 만병의 원인인가”,“이러다 모든 질환에 효과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심지어 ‘제약사 방해설’등의 음모론 까지 피어오르고 있다. 이 영상은 약 3만8000명이 시청하고 1000명 가량이 좋아요를 눌렀다.
특히 알벤다졸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사람용 구충제라는 점에서 ‘자가 임상시험’을 하는 사람이 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는 암이나 비염 외에 다른 질병에 대해서도 자가 임상시험 중이라는 글들이 있다.
구충제 효과를 본 이들은 2011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모 교수의 논문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알벤다졸을 연구한 김 교수는 보고서에 “항 기생충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난소암종양세포의 증식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며 “복수방지 효과는 종양 외 염증성 질환, 패혈증, 면역성 혈관질환 등 혈액누수가 많이 일어나는 질환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썼다.
이 논문이 화제가 되자 김 교수는 “이 약을 항암제로 먹으란 말은 보고서 어디에도 없다”며 “용량과 용법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임상적으로 정해진 다음에 복용해야 한다”고 최근 한 매체를 통해 당부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