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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퍼블리싱 기피에 경쟁 심화..인디게임사들 올해도 '근심 깊다'

입력 | 2020-01-03 15:36:00


다사다난했던 2019년이 가고 2020년이 왔다. 새해가 되어 기운도 내고 희망을 품어볼만도 한데, 인디 게임사들은 날씨만큼이나 차가운 시장의 혹독함에 더욱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시장 상황, 투자 상황 등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어, 올해도 인디 게임 게임사들의 근심은 계속 깊어질 전망이다.

<시장 부익부 빈익빈 심화.. 대책이 없다>

규모의 경제와 특정 장르로 편중된 국내 게임 시장에 인디 게임이 설 곳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구글플레이 마켓 매출 1위~7위 (출처=구글플레이 캡처)


시장에서는 '리니지'와 일본 유명IP 등의 게임들이 활개치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갱신하고 있지만, 이렇게 인기를 얻는 게임들은 최소 수십 명이 2년 이상 개발하고 콘텐츠 또한 PC 온라인 게임 못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해외 게임사들의 국내 시장 장악도 인디 게임사들에겐 결코 달갑지 않다.

또 한 달에도 수십 수백 개의 게임이 출시되는 가운데, 대형 게임사들은 수십억 원의 마케팅 비를 할애하며 게이머들의 시선을 자사 게임으로 돌리고 있는 반면 인디 게임들은 개성적인 게임성을 갖췄더라도 주목받지 못하고 사그라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를 보면 100위권 내에 인디 게임사는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40명 되는 중견 게임사도 1~2개 수준이며, 나머지는 다 해외 게임사나 상장사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돈이 돈을 버는 시장이 되어버린 국내 게임시장, 인디 게임사들은 올 한해에도 생존을 걱정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투자도 퍼블리싱도 '올 스톱', 출구는 없다>

또 하나 인디 게임사들을 서글프게 만드는 것은 시장에서 게임 분야에 대한 투자와 퍼블리싱이 메말라 버렸다는 점이다.

한 때 퍼블리싱 붐이 불 때에는 게임만 개성적이고 재미있다면 대형 퍼블리셔와 함께 미래를 도모해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인디 게임사 자력으로 서비스에 나서야 한다.

투자 쪽도 마찬가지. 명문 대학교 등의 특정 인맥이나 인지도 있는 개발PD 중심의 개발팀이 아닌 경우에 투자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VC(벤처 캐피탈)들이 게임 평가에 미숙하고, 또 불안정성이 높다는 이유로 인디 게임사들을 외면하는 탓이다.

여기에 가뭄에 콩나듯 좋은 매출을 내는 인디 게임사들은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투자가 필요한 개발사들은 VC가 외면하는 상황이어서 서로 엇박자가 나는 상황이어서, 년간 국내에서 진행된 게임 투자는 5건 미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VC 심사역은 "게임은 출시 전까지 계속 불완전해서 검증하기가 어렵다."며 "또 모험에 관대한 투자 분위기가 형성되야 게임에 투자를 할텐데, 모태펀드 중심으로 매년 꼭 실적을 내도록 강요되다보니 게임을 더 외면하게 되는 것같다."고 설명했다.

이 심사역은 "특히 VC들은 정해진 시간 내에 액시트 플랜이 나오는 게 중요한데, 인디 게임사들은 액시트 플랜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디 큰 곳이 투자했다고 할때 우루루 몰려들어 투자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인디 게임사들의 경우 투자가 아니라 지원기관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는 게 나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인디 게임사들 글로벌 진출 어려움 호소..규제 가속화도 변수>

국내 특유의 게임 규제 정책도 이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좀비 등의 괴물을 인간으로 취급하여 해외에서는 전체이용가나 12세인 게임을 18세로 분류하는 등 타 국가보다 강화된 규제 기준으로 게임사들을 옥죄는 것도 인디 게임사들에게는 부담이다.

게임물등급 분류제도 개선 토론회 (사진=게임동아)


여기에 게임 질병과 관련된 WHO 정책은 이미 보건복지부에서 수용의사를 밝힌 상황이며, 여성가족부에서는 '셧다운제' 등을 고수하면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열정 하나로 게임 개발에 나선 인디 게임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국내의 게임 압박 분위기에 의욕이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필연적으로 글로벌 지역 진출에 나서게 되는데, 글로벌 지역에서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인디 게임사들이 글로벌로 진출할 때 제대로 가이드도 국내 어디에서도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그냥 각 국가에 게임을 런칭하는 수준이다.

해외에는 해외 나름대로 현지 개발사들의 경쟁이 치열한데 마케팅은 고사하고 구글이나 애플 앱스토어에 올리는 게 전부인 수준이며, 스마일게이트의 스토브나 NHN의 토스트 등 일부 분석 서비스도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는 않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이러한 인디 게임사들의 어려움을 알고 각종 기관에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서울산업진흥원 등은 매년 인디 게임사들에 대한 활발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구글과 중소기업청이 '창구 프로그램'으로 인디 게임사의 글로벌 지원을 대폭 확대한 바 있다.

또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건강한 게임산업 생태계 구축 업무협약을 맺거나 BIC(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등의 행사가 유치되는 점도 인디 게임사들에게는 희망이 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런 지원을 잘 활용하면 인디 게임사들이 숨통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