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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에 모인 금융권 수장들…“올해도 어렵다” 한목소리

입력 | 2020-01-03 16:15:00

금융지주사 회장들, 현안 등 질문에 '묵묵부답'




3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범금융권 수장들이 ‘총출동’ 했다. 이들은 모두 올 한해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금융과 포용금융을 확대할 것을 강조했다

범금융 신년인사회는 매년 연초 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협회가 주요 금융인사들을 초청해 여는 대규모 금융권 신년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융당국 수장들과 금융사 대표 등 범금융권 인사 1300여명이 참석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들이 자금 접근 애로를 호소하고 부동산·가계 중심 대출로 소위 경제의 ‘돈맥경화’ 우려도 지적한다”며 “대출제도에 있어 동산담보 대출, 계약서 기반 대출, 일괄담보 등 새로운 시도와 함께 궁극적으로 기술력·성장성 중심의 여신관행 정착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포용금융에 대해 보다 적극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서민금융 공급, 채무조정 지원 등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길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안타깝게도 새해 들어서도 우리 금융환경은 큰 폭으로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저성장, 저금리 추세와 가계부채 부담 속에 해외 리스크 요인이 가미돼 크고 작은 갈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융환경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권은 대내외 잠재 리스크에 보다 철저히 대비하고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에 책임있는 혁신으로 대응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해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의 악화로 무척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올해도 안팎의 여건이 녹록지만은 않지만 지난해보다는 나은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져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인 시계에서 기회요인을 포착하고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금융산업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밝히는 든든한 선봉장이 될 것”이라며 “한은도 변화된 경제 여건 하에서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체계를 점검하고 금융산업의 혁신을 적극 지원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올해는 우리 경제의 활력이 되살아나고 국민들에게는 행복과 희망이 가득한 밝은 한 해, 확실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2020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올해 금융위는 약 6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혁신금융과 포용금융의 확산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현안이나 민감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피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차기 은행장은 어떤 사람이 돼야 한다고 보느냐’,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어떻게 할 것이냐’ 등 현안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지 않고 퇴장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따른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지난달 30일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손태승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DLF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손 회장에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사전 통지한 상태다. 오는 16일 제재심의위원회가 개최되며, 최종 징계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헌 원장은 “제재심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지금 뭐라고 언급하기가 어렵다”며 “제재심 결과를 보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올해 경영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다만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리스크 극복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워낙 위험요인들이 노출될대로 노출돼서 보이는 위험들이 워낙 크다”며 “복합적 불확실성이지만 직원들한테 이미지화해서 ‘회색코뿔소가 달려오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어 “(회색코뿔소는) 눈에 잘 띄지만 한 번 달려오기 시작하면 막을 수 없다”며 “미리 좀 대처 잘하자 이런 차원에서 (말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