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몇 년 열심히 산다고 하면서 늘 같은 생활을 허겁지겁 투덜거리면서 반복해왔습니다. 시작도 못 해본 작년의 다짐과 계획들을 다시 되뇌지만, 아마 내년에도 같은 후회를 반복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왜 이렇게 빨라지는 걸까요? 목표에 매진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라고 자위하지만, 사실 변화와 발전이 어렵기에 미루고 회피하며 익숙한 길로만 갔던 것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노년으로 다가가는 제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대단한 변화와 발전이 가능할 것 같지도 필요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냥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주변과 잘 조화를 이루며 즐겁게 살고, 더 나아가서는 서로 사랑하고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도 힘들어 보이니까요.
‘해야 할 일들’에만 쫓기지 않고 삶을 흑백에서 칼라로 바꾸려면 천천히 변화를 주며 살아야 합니다.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잠시 멈춰서지는 못하더라도 천천히 걸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여유를 끼워 넣으려면 불안을 다스려야 하죠. 불안은 학습된 습관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중년이상의 연령이 되면 다 엇비슷합니다. 이젠 불안보다는 수긍과 적응이 더 필요하죠.
오늘 소개하는 이글스의 ‘서두르지 말고 걱정하지 마’의 가사를 들어보세요. ‘서두르지 말고 걱정하지 마! 조바심이 너를 미치게 만들지 마. 아직 웃을 수 있을 때 웃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 해.’ 이 노래의 앞부분은 ‘The Load Out & Stay’로 한국에서 사랑받는 잭슨 브라운이 유명해지기 전에 만들었습니다. 브라운이 살던 낡은 아파트 위층에는 나중에 이글스의 리더가 된 글렌 프레이가 살았는데, 프레이가 창문을 통해 노래를 듣고 서두르지 말고 걱정하지 말라는 후렴 부분을 만들었죠. 그렇게 후다닥 만들어진 ‘Take it easy’는 전설이 된 이글스의 첫 앨범의 첫 노래가 되었답니다. 컨트리 록의 시초이기도 하죠.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