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우치다 다쓰루 외 지음·김영주 옮김/296쪽·1만5000원·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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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에 대한 지금까지의 대처법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논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인구가 줄어든다’→‘저출산이 문제다’→‘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유명 사상가이자 교육가인 우치다 다쓰루 명예교수가 인류학 사회학 지역학 정치학 경제학 등 각 분야 전문가 10명과 함께 쓴 이 책은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는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인구 감소는 재앙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관점에서 대응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과거 노동자의 머릿수로 이득을 창출했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는 패러다임 전환도 필 요하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경제학자 이노우에 도모히로는 ‘두뇌자본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하루의 시간을 유가치 노동시간, 무가치 노동시간, 여가시간으로 분류한다. 문제는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회의나 서류작업 등의 무가치 노동시간이다. 저자는 일본 사회에서 이 무가치 노동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 여가시간을 밀어내고 있다고 파악한다. 무가치 노동시간을 줄이고 유가치 노동시간에 두뇌를 쥐어짜 혁신하지 않는다면 저출산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인이 두뇌를 사용해 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 노동력 돈을 들이지 않는다는 그의 지적은 한국 사회에도 유효하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일본 사회 전반의 문제에 관한 냉철한 지적들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지금 한국 사회와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제학자 모타니 고스케는 상식과 논리가 아니라 분위기에 휩쓸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한다. 지난해 광장이 절반으로 갈라졌던 우리나라 분위기가 새삼 떠오르지 않는가.
다른 저자는 눈앞의 이해관계로만 문제를 소비하는 태도를 꼬집는다. 정치인들이 저출산 문제를 얘기할 때 “여자들이 아이를 안 낳아서 그렇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태평양전쟁 이후 경제 발전의 결과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유연(有緣) 공동체에서 벗어나려는 규범의 전환기가 도래했고 인구 감소는 그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몇몇 주장이나 논지는 과격하고 문제적이다.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저출산 문제 논의 구조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정책 담당자들이 새겨들을 만하다. 우치다 명예교수는 “위기 도래를 예측하면서도 개인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파국으로 치닫는 일본 엘리트의 사고방식은 태평양전쟁 지도부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