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설계-인테리어-직원 들어가고 싶은 마음 끌어내야
문권모 채널A콘텐츠편성전략팀장
이런 성격의 발현이었는지 지난해 말 즈음에 방송 프로그램 평가에 활용할 ‘분석 모델’을 하나 만들어냈다. 그동안의 경험이 쌓여 뭔가가 툭 튀어나왔다고나 할까. 잘만 이용하면 업무에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콘텐츠를 골라내 가장 적합한 시간에 ‘꽂아 넣는’ 것이 편성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니 말이다.
모델링의 핵심은 복잡한 현실 세계를 단순화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문제에 대한 해답도 직관적으로 나와야 한다. 이런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래저래 머리를 굴리다가 나온 결론이 바로 ‘카페 만들기’였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설계와 건축(기존 건물이 없는 경우)이다. 방송의 경우 스토리라인과 구조를 짜는 작업이 이에 해당한다. 설계·건축은 일단 상식(논리)에 맞아야 한다. 해가 잘 드는 쪽으로 창을 내고 화장실은 구석으로 넣어야 한다. 또 독창적이어야 하지만, 장사가 잘되는 기존 카페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건축에선 표준 설계도가, 스토리텔링에서는 이야기의 원형이 이런 역할을 한다. 미국 몬태나주립대의 로널드 토바이어스 교수에 따르면 모든 이야기의 뿌리는 4개의 주제(모험, 사랑, 성공, 가족)와 그 하부를 구성하는 20개의 플롯에서 찾을 수 있다.
설계·건축에 이어서는 인테리어를 해야 한다. 인테리어는 건물 내부를 보다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디테일한 설정에 사실성을 입히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설계는 좋지만 인테리어가 나쁘면 안 되듯이, 스토리라인이 아무리 좋더라도 디테일에서 사실성이 떨어지면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재미가 반감된다.
다음으로 직원을 뽑아야 한다. 특히 매장을 대표하는 직원은 손님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 이 사람을 뽑을 땐 열정과 강한 의지를 가졌는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으며, 손님들 역시 이런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작한 ‘도시어부 시즌2’의 경우 신입직원(박병은, 줄리엔강)에 대한 손님들의 평가가 좋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카페가 완성됐다. 당신이 그 앞에 서 있다. 들어가고 싶은 마음, 즉 초발심(初發心)이 생기는가. 그렇다면 그 카페는 흥할 것이고, 프로그램은 히트할 것이다.
연초는 새로운 기대감도 있지만 신중하게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떤 카페를 만들어갈 것인지 당분간 고민해 봐야겠다.
문권모 채널A콘텐츠편성전략팀장 mike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