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앞두고 생활고에 일가족 자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그늘 정부 복지 닿지 못하는 곳 너무 많아 美 복지단체, 개인 소액기부가 85%… 십시일반 정신으로 사람들 살려야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피해자의 대부분은 지역사회와 고립돼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위기 가정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서는 외톨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신청하지 않으면 도움을 얻을 수 없는 복지제도도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의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 절대빈곤층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빠짐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퍼주기식 과도한 복지예산’이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지만 우리 복지예산은 선진국의 수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정부를 탓하고 예산 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긴급 지원을 필요로 하는 위기의 이웃들이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홀몸노인 고독사 문제, 복지시설 퇴소 청소년 문제, 다문화가정 폭력 및 아동학대, 북한 이탈주민 정착 지원 체계 문제 등 복지 수요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새로운 수요에 대한 파악이 미처 안 돼 정부 복지정책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많다. 복지 사각지대의 급한 불은 책임 소재를 따질 것 없이 민간 차원에서라도 꺼야 한다. 이럴 때 국민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민간의 나눔은 유난히 골이 깊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세금이 아닌 자발적인 배려로 메울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통 크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속 시원한 기부도 있어 세상을 살맛 나게 해준다.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2018년 51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20억 원을 사랑의 열매에 기부했다. 김 대표는 그 20억 원을 음식 배달 중 사고를 당한 외식업 종사자들의 의료비와 생계비로 써달라고 했다. 배달원 중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보험 가입이 안 되는 등 딱한 경우가 허다하다. 김 대표는 자신의 사업과 관련된 복지 사각지대를 핀셋처럼 집어내 지원하는 셈이다.
그러나 고액 기부만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소액 기부도 어려운 이웃에게 온기를 전한다. 미국판 사랑의 열매 격인 유나이티드웨이는 전체 모금액의 85%가 개인들의 소액 기부로 이루어진다. 그중의 상당수는 봉급생활자들의 소액 자동이체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도 많은 국민들이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기부에 동참하여 고통을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으면 한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워진 사랑의 온도탑 모금은 이달 31일 끝난다. 부디 온도계가 100도를 넘어서기를 기원한다.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