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사활 건 인적쇄신 본격 나서
눈물의 불출마 선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3일 국회에서 21대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는 가운데 역시 불출마를 결정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눈물을 닦고 있다. 이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도 불출마를 선언했고, 자리에 불참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불출마 결정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대신 전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구 의원 수는 8명씩 동률이다. 총선 100일 전쟁을 앞두고 여야 간 인적쇄신이 본격화되면서 이 숫자도 경쟁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적쇄신과 세대교체는 선거철마다 이어져 온 화두다. 다만 이번 총선 민심은 이전과 또 다르다.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꼰대 논란’처럼, 그동안 누적됐으나 제대로 분출되지 못했던 세대 갈등이 총선을 계기로 수면 위로 거세게 터져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특히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며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기성세대에 실망한 2030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확실한 카드는 자기희생을 강조한 물갈이일 수밖에 없다. 각 당이 ‘고인 물’의 교체를 적극 권유하고, 그래도 버티면 인위적 물갈이를 위해 메스를 댈 수밖에 없다고 예고하는 이유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3일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종로, 광진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현역 의원이 불출마한 지역들에 전략공천을 하겠다”며 “경선으로 나온 사람은 가능성이 작지만 영입하면 바꿀 수 있는 곳을 전략지구로 할 것”이라고 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도권 다선 의원들의 불출마로 민주당으로선 전략공천 카드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파격적 물갈이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한국당도 ‘현역 50% 물갈이’ 목표를 못 박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7일 당내 소장파의 대표 격인 3선의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 김영우 의원 정도를 제외하곤 유의미한 불출마 선언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게 현실. 그러다 보니 “정작 나가야 할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대 총선에서 당을 원내 2당으로 주저앉히고 대선 패배로 몰고 갔던 핵심 세력들이 불출마 선언에는 미지근하다는 것.
앞서 김무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20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당시 최고위원과 공천관리위원들, 당이 이 지경이 되는 데 책임 있는 중진들이 자리를 비워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의 ‘저격’ 이후 당내에선 20대 총선 당시의 최고위원과 공관위원 중 현역 의원인 서청원 원유철 김정훈 홍문표 의원을 비롯해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이인제 전 의원 등의 책임론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최경환 전 의원과 함께 20대 총선에서 친박 핵심으로 활동했던 유기준 윤상현 의원도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 내에서는 인위적 물갈이에 대한 반감이 여전하다. ‘현역 의원 50%’ 물갈이 목표에 대해서도 “황 대표의 위기 무마용 카드”라고 평가절하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수도권의 한 의원은 “야당은 ‘물갈이’가 아니라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한다. 이길 만한 사람들을 다 내보내서 싸워야지 무조건 물갈이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홍준표 전 대표는 “내가 수도권에서 한 석 보태는 역할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대구 동을이나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구 동을은 유승민 의원을 정리하기 위한 차원, 밀양-의령-함안-창녕은 부산경남(PK)을 보수의 한 축으로 확립하기 위한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최고야·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