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한미훈련 재개” 언급 합참의장 “육해공 대응태세 충분”… 美의회서도 대북정책 비판 잇따라 일각선 전술핵 재배치까지 거론
미국과 북한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새로운 전략무기’ 발언 이후 날 선 경고와 위협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일(현지 시간)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온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재개 검토를 시사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북-미 협상의 판을 유지하기 위해 연합훈련에 신중했던 에스퍼 장관의 기존 태도를 감안하면 이례적 발언이다. 대선을 앞둔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마냥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 매파들은 북한의 도발이 이어질 때마다 연합훈련 재개 카드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며 연합훈련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거나 중단해 왔다. 에스퍼 장관의 이날 발언은 기존 정책의 방향 전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의회와 싱크탱크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며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의원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취소는 아무런 이득 없이 김정은에게 엄청난 선물을 준 것”이라며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모든 것이 난감한 골칫거리(embarrassment)”라고 평가했고, 제리 코널리 하원의원은 “참사 수준의 실패(catastrophic failure)”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검토와 관련된 언급도 나왔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앞서 1일 “계속 물밑에서 제기돼온 이슈이고, 앞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더 많이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새 전략무기’와 ‘충격적인 실제 행동’이 공중 핵폭발을 통한 전자기파(EMP)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북한이 모든 전자기기를 태우는 EMP 기반 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실어 태평양 공해상에서 폭발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