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수가 늘어선 휴양지에서 결정된 이란 군부 핵심인사의 제거 계획, 실행 순간 제공된 화려한 만찬의 스테이크와 아이스크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하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장면들은 전임 대통령들이 민감한 중동 관련 결정을 내릴 때와는 크게 달랐다. 논의 과정과 장소, 상황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특유의 기질과 함께 그의 예측 불가능성과 변덕스러움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과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계획을 논의한 곳은 지난해 12월 성탄절 휴가가 절반쯤 지난 시점에 휴가지인 플로리다주의 별장 마러라고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고위 참모들은 이 곳에서 이란의 공격에 대한 여러 대응 방안들을 제시했다.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는 안은 그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최종안이었고, 일부 참모들은 “미국인을 향한 공격이 임박했다는 물증 없이 타격할 경우 법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미 정보기관 및 군 당국은 그동안 드론과 비밀 정보원, 정찰기, 도청 등을 통해 솔레이마니의 동선 정보를 확보해오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작전수행 명령이 떨어지자 미군 특수부대는 공격용 드론 리퍼(MQ-9 Reaper)를 띄워 표적을 제거했다. CNN에 따르면 이 작전은 ‘임기표적(Target Of Opportunity) 방식으로 이뤄졌다. 임기표적은 사전에 위치를 정해둔 계획 표적이 아닌 ’긴급 표적‘이란 뜻으로, 솔레이마니의 실시간 동선을 추적하다가 최종 결정이 내려지자 곧바로 공격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미군의 공습이 진행될 당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인들과 아이스크림과 스테이크가 제공되는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이를 놓고 ’공습 직전까지 이를 비밀에 부치기 위한 연막 작전‘이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