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웹툰 ‘랑데부’ 韓日 동시연재 중인 HUN 작가
HUN 작가는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지나치게 가볍거나 자극적으로 변한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작품이 많아지고 소재도 다양해져 엉뚱하고 신선한 작품들이 튀어나오는 게 한국웹툰의 매력”이라고 했다. 부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최근 경기 부천시의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똑같은 작품이라도 세밀한 표현을 다르게 다듬느라 일이 1.5배로 늘었다”는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어 “늘 동경하던 일본 만화계가 작품 준비 과정에서 제게 웹툰 노하우를 묻는 경험이 무척 신선했다. 한국의 작가와 만화계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랑데부’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주인공 이연이 외계인의 침공으로 무너진 세상을 발견하고, 자신을 괴롭혔던 ‘일진’ 학생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장르를 구분하자면 공상과학(SF) 학원물. HUN 작가가 연출 및 스토리 작가로 참여했고, ‘나빌레라’에서 호흡을 맞춘 지민 작가가 작화를 맡았다. 국내에서는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일본에서는 만화 플랫폼 픽코마(piccoma)에서 연재 중이다. HUN 작가에 따르면, 양국 동시 연재를 진행하는 데 있어 그가 던진 ‘떡밥’이 가장 주효했다고 한다.
일본 측이 반응한 건 시기적 변화, 운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만화 강국인 일본도 웹에서 페이지를 넘겨 보는 방식에서 스크롤을 이용해 내려 보는 형태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었다. 그는 “20년 가까이 스크롤 연출 노하우가 축적된 한국과 달리 일본은 만화 스크롤화에 대한 노하우가 적은 편”이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동시 연재는 닻을 올렸다. 그런데 “신경 쓸 게 너무 많다. 일이 생각보다 커져버렸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특히 단어의 뉘앙스, 편집 방향이 난관이었다. 그는 “대사가 과하게 의역이 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만화를 읽는 방향도 한국(왼쪽 위부터)과 일본(오른쪽 위부터)이 다르기 때문에 연출의 흐름, 말풍선 위치, 효과음 적는 곳, 컷의 간격 배치도 일일이 따져야 한다”고 했다.
일본의 만화 플랫폼 ‘픽코마’에 올라온 웹툰 ‘랑데부’의 타이틀 이미지. 다음웹툰·픽코마 제공
“떡볶이를 먹는 장면이 있어요. 일본판에서 다코야키, 오코노미야키로 바꿔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죠. 하지만 모든 걸 현지에 맞추거나, 일본 만화인 척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저라는 작가는 일본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잖아요. 속된 말로 양국에서 ‘깔 수 없는 작품’을 만들어야죠.”
부천=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