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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일촉즉발 美-이란 충돌, 시험대에 선 한국의 외교와 경제

입력 | 2020-01-06 00:00:00


미국과 이란의 강경 대치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란 군부의 핵심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사살했다. 이란의 지도자들은 “가혹한 복수”를 경고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52곳을 공격 목표 지점으로 정해 놨다”고 맞받아쳤다. 중동에 전운이 감돌면서 세계 각국의 안전과 경제도 위협받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 정세와 시장 동향을 주시하면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국제 금융시장이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에 가장 빨리 반응했다. 새해 첫 거래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미국 다우지수는 솔레이마니 공습이 알려지자 한 달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는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급락했다. 국제유가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가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금값도 치솟았다.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 혼란으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이었던 세계 경제는 올해 반등을 기대했지만 또다시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됐다.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해 그 에너지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한국은 유가가 오르고 세계정세가 불안해지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대한 테러 위협으로 투자가 주춤하고 국제 물동량이 줄어들면 작년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수출과 투자가 올해도 회복될 수 있을지 불안하다. 만약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한국의 원유 수입도 직접 영향을 받게 된다. 수출입 지역을 다변화하면서 소비와 내수를 확대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동 사태가 한국의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미국의 요청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해 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파병 압박이 커지고 반대로 이란은 이를 저지하려는 외교전을 강화할 것이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검토해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