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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한다면[김세웅의 공기 반, 먼지 반]

입력 | 2020-01-06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새해다. 2019년과 2020년은 숫자 하나 차이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먼 미래가 마치 현실이 된 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숫자가 주는 느낌 때문인지 20세기 많은 사람들이 2020년이면 일어날 일에 대해 예측을 하곤 하였다. 지금은 폐간된 것으로 알고 있는 ‘학생과학’이라는 잡지를 초등학교 때 구독하였는데, 심심찮게 2020년 즈음에는 현실이 된다는 많은 미래 기술에 대한 기사들이 실려 있었다. 그중에 몇몇 것들은 지금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용하는 현실이 되었다. 예를 들면 1980년대 중반 사진을 찍을 때 더 이상 필름이 필요 없는 기술이 나온다는 글을 읽었을 때 놀라움은, 내가 대학생 때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필름을 현상해 같이 여행 간 친구들과 교환했다는 일화를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 당시 2020년 현실이 될 것이라 예측한 많은 기술이나 생활 방식은 아직 현실이 되지 않은 것도 많은데 그중 많은 것들이 우주여행과 관련된 예측이 많다. 당시 읽었던 기억나는 기사들에는 달나라로 수학여행을 간다든지, 화성에 이주를 하는 것 등이 있다. 오늘날에도 셀럽 대접을 받는 기업인들이―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리처드 브랜슨 경 등―한결같이 화성으로의 인류 이주가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2013년에는 네덜란드 회사가 내건 화성 영구 이주 프로젝트에 전 세계에서 20만 명이 지원할 정도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인류의 우주에 대한 공통적인 경외감에는 인간 근본에 자리 잡은 호기심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지구환경이 인류에 의해 급격하게 변하고 있고 더 이상 인류의 삶을 지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는 것 또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2020년 우리의 과학지식과 우리가 가진 공학 도구들을 이용해서 화성을 지구처럼 만들어 전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까? 우선 화성은 지구보다 태양에서 약 1.88배 더 멀리 떨어져 있어 평균온도가 섭씨 영하 63도 정도로 매우 낮다. 여기에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구성된 대기층 또한 지구에 비해 매우 얇아(지구의 0.8%) 온실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화성에는 액체로 된 물이 존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교차 또한 매우 크다. 생명에 매우 적대적인 환경이다.

지구 역시 대기가 없었으면 태양에너지에 의해 결정되는 지표면 평균온도가 섭씨 영하 18도로 매우 낮았을 것으로 예측된다. 대기 중의 적당한 온실가스, 특히 수증기나 이산화탄소에 적당한 양의 지구 열이 흡수돼 평균온도를 섭씨 15도까지 높일 수 있고 생명에 필수적인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었다. 이렇게 45억 년의 지구 역사에서 바다는 41억 년 전에 생성됐고, 최초의 생명은 37억 년 전 물속에 미생물 형태로 출현했다. 이후 끊임없는 생명권과 대기권의 상호작용을 통해 대기 중에는 산소의 농도가 높아진다. 마침내 약 500만 년 이전부터 지금과 같이 약 20% 수준의 산소 비율을 지구 대기는 유지하고 고등생명의 진화가 가능했다.

온실효과를 지구온난화와 연관지어 나쁜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렇게 자연적인 균형에 의한 적당한 온실효과는 생명권과 대기권의 균형의 산물로 지구를 ‘살 만한 행성’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극혐’의 대상으로 떠오른 초미세먼지와 오존도 마찬가지로 적당한 양, 적당한 농도가 유지되면 비를 만드는 구름을 만들거나 독성 기체인 일산화탄소, 메탄들을 제거하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인간이 오염물질의 농도를 지나치게 높이는 게 문제지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적당량의 초미세먼지와 오존은 지구가 생명을 품을 수 있는 중요한 구성요소다.

이런 큰 틀에서의 인간의 공학이 아무리 발달한다 하더라도 다른 행성에서 생명권과 대기권의 균형을 구현한다는 것은 무리로 봐야 한다. 설령 인간이 지구와 같은 환경의 행성을 찾아 이주한다 하더라도 현재 우리의 문명을 지탱하는 화석연료를 끊을 수 없다면, 그 행성 또한 인류를 지탱하지 못할 것이다. 2020년에는 우리의 관심이 지구에 보다 많이 쏠리길 기원한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skim.aq.201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