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매운맛 카레를 처음 먹어 본 곳은 런던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인도 식당에 들어가니 식사 중이던 요리사의 밥그릇이 눈에 띄었다. 같은 걸 줄 수 있냐고 물으니 ‘빈달루’라는 매운 음식인데 한번 먹어볼 테냐며 웃었다. 어떤 요리든 한번은 먹어봐야 요리사라고 생각해 당연히 먹기로 했다. 빈달루는 포르투갈어로 ‘Carne de vinha d’alhos(마늘과 와인에 절인 고기)’라고 하는데, 포르투갈이 상륙해 식민지를 건설한 인도 고아 지역에 소개돼 현지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너무 매워 다 먹지도 못하고 며칠간 배앓이를 했다.
원래 인도식 카레는 오늘날 우리들이 흔히 먹는 카레와 전혀 다르다. 미각을 마비시킬 정도가 아니라 빵 또는 밥과 곁들여 맛을 높이는, 마치 감자튀김에 케첩 같은 느낌이다. 처음 카레를 접했던 유럽인들은 국물 형태로 밥 위에 끼얹어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포르투갈인들의 신세계(남미) 정복 후 고추가 들어오면서 맛이 바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레가 인도 요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인도에는 카레라 불리는 요리는 없다. 카레가루는 영국인들의 발명품으로 인도의 맛을 쉽게 영국인들의 가정에 보급하고자 만들어낸 결과다. 많은 양의 강황을 사용해 노란색을 띠지만 여러 가지 향신료를 섞어 만든 가루다. 일본 정부는 서구 문명을 따라잡기 위한 현대화의 표본으로 영국을 모방했다. 그 당시 도입된 것 중 하나로 오늘날 일본에서 카레는 스시(초밥)나 사시미(생선회)보다 더 선호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아이들의 점심 메뉴로 30년 동안 최고의 메뉴로 자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쉽게 만들 수 있지만 맛도 있고 설거지할 것도 거의 없어 일하는 엄마들도 대환영했던 것이다.
나는 한 번씩 카레가 그리워질 때가 많다. 태국식 ‘그린커리’나 염소를 삶아 만드는 카리브 스타일 카레의 환상적인 맛도 좋지만, 내가 진정 원하는 카레는 고기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걸쭉한 카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