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3일 이란의 2인자이자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는 데 동원한 MQ-9 리퍼(Reaper)는 현존하는 가장 치명적인 요인 저격용 드론이다. 일명 ‘닌자 폭탄’을 탑재한 MQ-9은 미 본토에서 원격조종해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도로에 있던 솔레이마니의 차량을 정밀 타격했다. 소리를 거의 안 내고, 최고 시속 482km에 최대 작전 고도 약 1만5240m까지 상승 가능하다. 첨단 통신장비, 미사일까지 완전 무장한 채 14시간을 체공할 수 있다. 움직이는 차량의 운전자는 놔두고 조수석에 앉은 표적만 ‘핀셋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다. 2007년 실전 배치됐으며 2015년 현재 미군에 93대가 있다.
▷드론의 강점은 ‘가성비’다. 대규모 병력이나 특수장비 없이도 적을 죽이거나 핵심 시설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 ‘소리 없는 암살자’ 그 자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드론 공격으로 사살된 알카에다 조직원은 3300명이 넘는다. 예멘 반군은 지난해 9월 드론 10대를 띄워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시설 두 곳을 파괴했다. 석유 부국의 촘촘한 레이더 감시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릴 만큼 드론 탐지는 어렵다. 대부분의 드론이 몸체가 작고 레이더를 피해 저공으로 고속 비행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최근 한국이 들여온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는 무려 20km 상공에서 40시간 넘게 체공할 수 있다.
▷하지만 공격용 드론이 인공지능(AI)과 결합될 경우엔 더욱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AI 드론은 스스로 표적을 탐지하고 인식하고 분류해 공격할 수 있다. 인간의 개입 없이 전쟁 수행도 가능하게 된다. 인간의 통제 능력을 벗어난 드론 공격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무인 자동차가 사고를 냈을 때 제기되는 법적·윤리적 책임보다 훨씬 무거운 질문을 무인기 드론이 던지고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