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일촉즉발] 靑-백악관 NSC관계자 통화… 한국 원유 수송-파병 문제 논의 외교 당국자 “기여 방식 결정 안돼”… 파병 대신 ‘플랜 B’ 제안 가능성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일촉즉발로 치닫는 가운데 한미가 청와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라인을 가동하는 등 잇따라 접촉하고 긴박한 대응에 나섰다. 중동지역 긴장 고조가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한미동맹 이슈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와 백악관 NSC 고위 관계자들은 5일 긴급 통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 시간) 김건 외교부 차관보가 미국에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회동한 데 이어 한미 NSC 라인 간 비공식 채널로 다시 한번 이란 문제를 논의한 것. 한국의 원유 수송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작전’에 따라 이란이 무력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일각에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극단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 원유수송선의 70∼80%는 호르무즈 해협 항로를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의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 내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자칫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경우 대형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 당국자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기여 방식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직접 파병 대신 파병 효과를 낼 수 있는 ‘플랜 B’를 미국에 제안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당장 지난해 12월 12일 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된, 장교 1명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지휘통제부에 파견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도 파견 시기가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효목 tree624@donga.com·신나리·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