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죽음, 이란 강경파에게 기회·시민사회 타격"
미국이 이란 해외 공작을 총괄하는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살해한 명분으로 ‘미래에 있을 이란의 공격 계획 저지’를 내세웠지만 솔레이마니의 죽음에도 쿠드스군의 해외 공작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솔레이마니 사살 이후 이란이 ‘피의 복수’를 다짐하면서 중동 지역에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것을 고려할 때 그의 사살로 인해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이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알자지라는 5일(현지시간) ‘존경과 비난: 솔레이마니는 중동에서 어떤 인물이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솔레이마니 없이도 쿠드스군을 내세운 이란의 해외영향력 확대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쿠드스군은 1979년 이란을 통치하던 팔라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종교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갖는 이슬람 공화국을 세운 ‘이란혁명’을 중동 지역 국가로 수출하고자 만들어졌다. 현재는 지역내 친(親)이란 세력에게 자금과 무기, 군사 훈련을 제공해 이란의 지역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익을 지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솔레이마니는 1997년 쿠드스군 사령관에 임명된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시리아, 에멘 등 여러 아랍국가에서 이란의 대외 공작을 총괄해왔다. 그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 친이란 시아파 세력을 발굴하고 지원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일례로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에 힘입어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 보유한 ‘비국가 행위자’가 됐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퇴출시키는데 일조한 친이란 이라크 시이파 민병대 하시드 알 아사비(PMF)는 이라크의 합법적인 준군사조직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를 두고 이란이 대리인을 이용해 중동내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고 줄곧 비난해왔다. 이스라엘 등은 수차례 그의 암살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바 있다. 미국도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추적해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자들은 확전을 우려해 제거를 시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제거를 지시했고, 지난 3일 솔레이마니가 미국인을 상대로 임박하고 해로운 공격을 모의하고 있었다면서 미국이 전쟁을 멈추기 위해 행동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은 솔레이마니가 사살된 지 몇시간만에 그의 부관을 후임 쿠드스군 사령관으로 임명한 뒤 솔레이마니의 노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후임 사령관인 이스마일 가니는 1997년부터 솔레이마니의 부사령관으로 일하면서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에 대한 재정 지원을 도맡아온 인물이다.
이란 당국 뿐만 아니라 알자지라가 인용한 전문가들도 솔레이마니는 지역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이란 정부의 체제 중 일부분일 뿐이라면서 솔레이마니의 죽음이 중동내 이란의 영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싱크탱크 아틀랜틱카운실에서 이란과 남아시아 분석을 담당하는 파티마 아만은 알자지라에 “솔레이마니는 이란의 지역 전략에 중요한 인물이었다”면서도 “쿠드스군은 그를 대체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그는 유가 인상 항의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데 일조해 진보세력과 인권 운동가들에게 인기가 없었다”면서 “그의 이란내 위상은 살해된 후 더 높아졌다. 정부가 주관하는 대규모 집회가 이란 국민을 결집시켜 강경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시민사회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부연했다.
마흐주브 알 즈웨이리 카타르대 교수도 “이란은 솔레이마니의 피살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현재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지만 (시리아에서 발생한 시리아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가 자행한 대량 학살로 인한) 민간인 수만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기도 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