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과자요? 질이 굉장히 나빴거든요. 국가에서 이따금 나눠줬는데 과자 구경하기 어려우니 받아먹었죠.”
북한 출신인 1981년생 주승현 인천대 교수는 이렇게 추억합니다. 2017년 탈북한 1991년생 J씨의 기억은 조금 다릅니다.
“제 또래는 국가에서 나눠주는 ‘유엔 과자’를 먹었습니다. 유엔에서 지원해준 과자인데요. 북한 과자는 맛이 없어 잘 안 먹었습니다.”
언박싱평양 9화의 주제는 ‘북한 과자’입니다. 인턴들과 함께 북한 과자들을 언박싱해 직접 먹어보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눈가리개를 하고 한국 과자와 맛 비교도 해봅니다. 흥미진진한 ‘품평’은 동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북한에 ‘충격을 준 단맛’은 한국산 ‘초코파이’인데요.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업체가 근로자에게 간식으로 나눠준 초코파이의 단맛이 평양의 부유층마저 몸 달게 했습니다.
북한에서 초코파이는 ‘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간식이던 초코파이 용도가 야근수당, 성과금, 상여금으로 바뀝니다. 개성공단에서 유출된 초코파이가 공단 전성기 때 월 600만 개에 달했는데요. 근로자들은 도매상에게 돈을 받고 초코파이를 넘겼고, 도매상들은 북한 각지의 장마당으로 초코파이를 유통시켰습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후 북한 상인들이 중국에서 만든 ‘짝퉁 초코파이’를 수입했으나 ‘오리지널’을 따라올 수 없었죠. 현재 북한은 큰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에서 ‘쵸콜레트단설기’라는 유사제품을 생산합니다. 초코파이와 똑같이 생겼으나 풍미(風味)는 미치지 못합니다.
인턴들과 함께 먹어본 북한 과자는 ‘벽돌과자’ 시절과 비교하면 적지 않게 개선됐으나 아직도 만듦새가 조악합니다. 특이한 점은 맛은 물론이고 봉지까지 한국 과자를 베낀 제품이 많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겹과자, 튀기, 백합과자, 단조림과자, 단묵 등으로 과자를 분류합니다. 겹과자는 한국에서 ‘샌드’, 백합과자는 ‘웨하스’입니다. 단조림과자는 잼을 바른 쿠키, 단묵은 양갱, 튀기는 새우깡·자갈치 등을 떠올리면 됩니다. 쵸콜레트단설기의 ‘설기’는 카스테라의 북한식 표기(表記)고요. 북한 과자를 직접 먹어보며 겉과 속을 시시콜콜 품평(品評)하는 ‘언박싱평양’ 9화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