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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문에 허위 자백?…文 변호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

입력 | 2020-01-06 18:27:00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장동익(61)씨와 최인철(58)씨가 6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 301호에서 열린 재심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0.1.6/뉴스1 © News1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장동익(61)씨와 최인철(58)씨가 6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 301호에서 열린 재심 재판을 앞서 취재진에게 당시 변호사 선임 서류를 공개하고 있다. 2020.1.6/뉴스1 © News1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장동익(61)씨와 최인철(58)씨가 6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 301호에서 열린 재심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0.1.6/뉴스1 © News1


 지난 1990년 발생한 ‘부산 낙동강변 살인사건’이 30년 만에 다시 법원 판결을 받게 됐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6일 최인철씨와 장동익씨가 제기한 재심 청구에 대해 재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재심 개시 여부 고지는 보통 결정문을 재심 청구인에게 보내는 방법으로 이뤄지지만, 재판부는 사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직접 공판을 열고 재심 청구인들에게 재심을 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들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 당시 사건 기록과 여러 증언을 통해 추정되는 경찰의 가혹행위 정황과 불법 연행 및 감금, 당시 사건 수사관들의 증언에서 드러난 문제점 등을 근거로 재심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들은 원심에서 대법에서 형이 확정되기 까지 수사관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며 “그뿐만 아니라 형 집행기간과 출소 이후 당심에 이르기까지 30여년 동안 일관되게 동일한 주장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의 주장은 고문 장소와 방법 등이 구체적이고, 당시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다”며 “또 당시 경찰서에 수감돼 있던 동료 수감자들도 수십년이 지났지만 최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 조사에서 두 사람의 고문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고 재심 청구인들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반면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관들은 당심에서 진술을 번복하거나 고문사실을 묻는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 다고만 말하는 등 여럿 문제점들이 있었다”며 “또 당시 같은 경찰서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고문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 등을 볼 때 경찰이 재심 청구인들에게 가혹행위를 통해 허위 자백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당시 수사관들은 두 사람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로 연행한 뒤 유치소에 수감했다”며 “그러나 사건기록을 살펴보면 적법하 임의동행으로 볼만한 사안은 없고, 오히려 강제로 연행해 유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 송치된 이후에도 최인철씨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고지했다는 내용의 신문조서를 작성하기도 했다”며 “이는 허위공문서 위조로 검사의 직무상 범죄”라고 당시 수사과정에서의 위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부는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심문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밝혔다. 특히 이례적으로 재심 청구인들에게 직접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고문이나 가혹행위 등 직무상 범죄에 대한 재심 사유는 형사소송법 상 직무상 범죄를 범했다는 것이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됐을 때로 제한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당시 수사관의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상당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그에 대한 법원 판결이나, 그에 상응하는 공식 자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재심 청구인과 당시 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보관하고 있던 수사자료나 재심 변호인이 확보한 여러 자료들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이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을 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실 형사사법절차에서 공권력에 의한 조직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 개인이 이를 입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이런 유형의 사건들은 별도의 재심사유로 규정할 수 있는 입법적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재심 청구인들에 대한 소회에서는 “재심 청구인들은 30여년 동안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해 왔지만, 그에 대한 사법부의 응답이 늦었다”며 “사법부의 일원으로 재심 청구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심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 들여 재심대상 판결에 대한 재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장씨는 재심 개시 결정 이후 취재진들과 만나 “어머님께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뛰어 다니셨는데,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재심이 결정됐다”며 “오늘 내리는 비가 어머님이 재판부의 판단을 알고 흘리시는 눈물인 것만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재판부가 재심 개시 결정과 함께 재심 청구인에 대한 사과, 이번 사건의 의미, 수사기록의 보존방식의 문제점 등을 언급하고 그 개선책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4일 부산 북구 엄궁동 낙동강변 도로상에서 차량에 타고 있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되고 함께 있던 남성은 격투 끝에 도망친 사건이다.

사건 발생 1년10개월이 지난 1991년 11월 부산 사하경찰서는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 유원지 공터에서 무면허 운전교습 중 경찰을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금전을 갈취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최씨를 검거했다. 이어 최씨의 자백으로 장씨도 구속했다. 사하경찰서는 두 사람으로부터 살인사건에 대한 자백을 받고 부산지검으로 송치했다.

최씨 등 2명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경찰에서 조사된 내용을 보완해 두 사람을 기소했다. 두 사람은 무기징역이 확정돼 21년 이상 복역하다가 2013년 모범수로 특별감형돼 석방됐다.

재판과정에서부터 출소 이후까지 계속해서 억울함을 호소하던 두 사람은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고문을 당하고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며 2017년 5월 재심을 청구했다. 특히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인 지난 2016년 SBS에 출연해 이 사건을 회고하며 “변호사 생활을 통틀어 한이 남는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