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ES 2020 7일 개막… 혁신 현장] SKT ‘영역 파괴’
SK텔레콤의 CES 2020 전시관 전경. SK텔레콤 제공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 가전업체 등 이종 기업 간 합종연횡은 이번 CES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CES에 참가하는 SK텔레콤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C와 함께 ‘미래를 향한 진화의 주체(Evolve Towards the Future)’를 주제로 715m²(약 216평) 규모의 공동 전시를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보다 8배 이상 큰 규모다.
SK텔레콤은 이번 CES에서 지난해 9월부터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해온 세계 최초 ‘5G-8K TV’를 공개한다. 이 TV는 8K 초고화질 영상을 5세대(5G) 기술로 직접 수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8K는 가로 해상도가 약 8000픽셀임을 의미하며 상용화된 TV 화질로는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5G 신호 수신이 가능하도록 해 5G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콘텐츠 등 대용량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 미디어 서비스로는 한 화면에서 최대 12개 채널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5GX 멀티뷰’, 물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상호 작용할 수 있는 AR 콘텐츠인 ‘점프 AR 아쿠아월드’ 등도 공개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차량이 달리며 자동으로 차선, 신호등, 교통상황 등 정보를 감지해 기존 지도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모빌리티 기술인 ‘로드러너’, 모바일 내비게이션인 T맵과 인공지능 누구(NUGU), 음원 서비스 플로(FLO) 등이 집결된 차량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선보인다.
SK텔레콤은 “이번 CES 2020 참가를 계기로 SK텔레콤은 통신회사를 뛰어넘어 차세대 미디어·모빌리티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화웨이, 오포의 자회사인 원플러스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경계를 뛰어넘어 스마트 TV를 선보일 예정이다. 샤오미가 선제적으로 중저가 TV 시장과 중국 내수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자 스마트폰과의 연결성에 강점을 지닌 다른 업체들까지 연이어 TV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화웨이와 오포는 각각 중국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 8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디스플레이 패널로 국내 산업에 큰 타격을 줬던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이어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 제2의 공습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차 ‘정체성 파괴’ ▼
현대자동차가 ‘CES 2020’에서 선보일 미래형 모빌리티 비전을 나타낸 그래픽. 현대자동차 제공
CES 2020에 나서는 한국과 일본, 독일 대표 자동차 기업들이 전면에 내건 키워드들이다. 대량 생산 체제를 기반으로 한 전통 자동차 기업들이 완성차 제도라는 본래의 업과는 동떨어진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은 전기차, 수소차 등으로 시동을 걸다 이제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는 형태로 진화하는 초기 단계여서 각 기업이 내세우는 생존전략은 다양하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이미지에는 거대 도시의 강변에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가 날아다니고 환승 거점을 통해 하늘과 지상이 연결된 모습이 그려져 있다. 거점과 거점 사이 이동할 때에도 별도 차량이 이용되며 이 차량 안에서도 동영상을 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현대차의 이른바 ‘플라잉카’는 이르면 2023년에 시범 운행도 가능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개막 하루 전 언론 공개 행사에서 혼잡한 도로 대신 도심의 하늘 길을 개척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세계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혼다는 AI 기반의 비서 ‘혼다 퍼스널 어시스턴트(개인비서)’를 자동차 안으로 가져오는 계획을 공개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기반의 AI 비서가 음악 검색 등을 주로 해준다면 차량 AI 비서는 연료가 얼마나 남아 몇 km를 운행할 수 있는지 등 운전과 관련된 핵심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아마존과 애플도 각각 자사의 음성인식 기술을 자동차에 접목한 AI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를 이끄는 올라 켈레니우스 다임러그룹 이사회 의장은 6일 CES 기조연설에서 ‘미래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차와 사람의 관계가 완성차 사업에서 중요해지고 있음을 강조할 예정이다. 자동차의 기계적 성능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벤츠지만 앞으로는 차와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위기에 처한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스스로의 정체성까지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다고 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의 생존전략을 보는 게 이번 CES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