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A. 미국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내가 우주의 절대적 중심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의식 속에 뿌리 깊이 새겨져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의 이런 성향을 과다확신 오류(overconfidence bias)라고 표현합니다.
프로 골퍼들을 대상으로 1.8m 거리에서 퍼팅을 성공시킬 확률을 물었더니 75∼85%라고 답했는데 실제 성공 확률은 55% 정도였다고 합니다. 미국 운전자의 93%는 자신이 평균 이상으로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과다확신 오류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요. 인간의 경험과 지혜는 오류를 줄이기 위한 여러 제도를 창안했습니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보잉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업이 도입하고 있는 이사회 제도가 한 예일 것입니다. 거의 모든 중앙은행도 위원회 제도를 채택하고 있죠. 위원회 제도를 통해 과다확신 오류를 어느 정도 줄여볼 수 있다는 인류의 생각이 제도의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같은 제도라도 국가나 환경에 따라 모습이 조금씩 다릅니다. 중앙은행을 예로 들어보면 위원회 방식 의사결정 기구는 미국식 모델과 유럽식 모델로 분류됩니다. 미국식은 대통령과 상원이 중앙은행과 최고법원 등의 의사결정 기구 구성원을 결정하는 집권화 모델입니다. 반면 유럽은 회원국별로 각 1인을 평등하게 배분해 중앙은행과 최고법원 등의 의사결정 기구 구성원을 결정하는 분권화 모델입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기에 어느 쪽이 우월한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집권화 모델은 정치사회적으로 비슷한 성향의 구성원들이 모일 가능성이 커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과다확신 오류를 증폭시킬 우려도 그만큼 커집니다. 반대로 분권화 모델은 오류가 발생할 위험은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듯 어떤 제도도 완벽하지는 못하므로 제도 안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간 본연의 오류를 제도를 통해 보완할 수 있지만 한계는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결정 기구 구성원에게는 역량 제고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며, 넓은 안목과 통찰력까지 갖출 수 있도록 힘써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사결정 기구 구성원만의 역량 제고로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성과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할까요.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면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역량은 물론이고 축구를 둘러싼 생태계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역량 있는 선수를 선발하는 기준과 훈련장 같은 인프라, 적절하고 합리적인 지원 체계 등이 함께 있어야 하죠. 보잉의 예에서도 이사회뿐 아니라 주주, 항공산업 관련 규제 당국 및 시장 참가자 등 기업을 둘러싼 생태계의 합리적 역량도 함께 높아져야 항공 안전 측면에서 보다 바람직할 것입니다.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부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