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상징인 코알라가 시커멓게 불탄 모습이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코알라의 서식지는 호주 동남부 해안가. 지난해 9월부터 5개월째 계속되는 호주 산불의 최대 피해 지역인 뉴사우스웨일스(NSW)주와 퀸즐랜드주가 겹치는 곳이다. NSW 중북부 해안에선 8000여 마리가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코알라 서식지의 80%가 파괴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화마(火魔)로 약 4억8000만 마리의 호주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거나 심하게 다쳤다. 멜버른 라트로브대의 짐 래드퍼드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를 ‘생태학적 아마겟돈’이라고 규정했다.
▷앤드루 콘스턴스 NSW 교통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이건 산불이 아닌 원자폭탄”이라고 외쳤다. 그만큼 피해가 끔찍하고 규모가 크다는 뜻이다. 아직도 150건 이상의 산불이 진행되고 있으며 60여 건은 통제 불능 상태다. 마른벼락으로 인한 자연 발화가 계속되면서 언제 불길이 잡힐지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주민 24명이 숨지고 2000가구 이상이 피해를 입었으며, 남한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4만8560km²가 잿더미로 변한 국가적 재앙에 호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소방관 2700여 명을 투입했고 호주방위군(ADF) 소속 예비군 3000명을 소집했다. 해군 함정 2척으로 이재민과 동물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