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용 문화부 차장
우수상 수상자로 통보받은 소설가 5명 가운데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가 상을 받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문학사상사가 발표를 연기한 것이다. 문학사상사는 1977년부터 매년 1월 초 대상 1편과 우수상 대여섯 편을 선정한 뒤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펴낸다. 그런데 우수상 수상자의 과반이 상을 받지 않겠다고 한 셈이다. 정상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사달은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고, 작가가 개인 단편집을 낼 때 수상작을 표제작(책 제목이 되는 작품)으로 쓸 수 없다’는 취지의 계약 조항에서 났다. 최 작가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3일 출판사 측이 이 같은 계약 내용을 알려왔기에 e메일로 ‘그럴 수는 없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20∼30년 전 독자가 어떤 소설이 좋은지, 읽을 만한 작품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웠을 때 이상문학상은 하나의 잣대가 돼줬다. 작품집은 매해 베스트셀러가 됐기에 작가로서도 독자를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그래서 ‘저작권 3년 양도’를 수상 조건으로 받아들인 것이 관행처럼 굳어지기도 했을 터다.
출판사와 작가가 “우리 사이에 계약서는 무슨…”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2010년대 초반 등단한 작가가 출판계약을 맺었을 때 계약서는 단 한 장이었다. 하지만 이 작가가 최근 서명한 계약서는 보통 10장 안팎이다. 종이책뿐만 아니라 e북, 오디오북, 웹 연재, 영화, 드라마 등 2차 저작권 내용이 가득하다. 이런 다양한 권리를 대리할 에이전시를 두는 작가도 늘어만 간다.
한 출판사 대표는 “젊은 작가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더 강화되면서 그만큼 출판사도 고민하는 지금이 과도기 같다”고 말했다. 이상문학상 ‘사태’는 그저 돈 문제만은 아니다. 작가의 권익 보호가 한 차원 더 진화해야 한다고 부르짖는 작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 진화는 작가에 대한 존중이라는 기본에서 시작할 것이다.
민동용 문화부 차장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