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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 판 각본… 맛깔난 번역… 재치만점 통역

입력 | 2020-01-07 03:00:00

‘기생충’ 열풍의 또 다른 주역들
곽신애 대표 제작전반 총괄… 북미배급 톰 퀸 ‘설국열차’도 알려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막, 배급, 프로모션, 통역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또 다른 주역들’의 공도 컸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기생충 각본을 쓴 한진원 작가는 골든글로브 각본상 후보에 봉 감독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한 작가는 봉 감독이 2017년 선보인 영화 ‘옥자’의 연출부로 봉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한 작가가 기생충 속 기택(송강호)의 모델이 된 운전사 등 여러 직업군을 취재한 내용이 각본에 반영됐다. 아카데미 주제가상 예비 후보에 오른 기생충의 주제가 ‘소주 한 잔’의 가사도 봉 감독과 함께 썼다. 이 곡은 기우 역의 배우 최우식이 직접 불러 화제가 됐다.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은 기생충 대사의 맛을 그대로 살린 영어 번역으로 미국에서도 영화의 의미를 완벽히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줬다. 재학증명서를 위조한 딸 기정(박소담)에게 기택이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것 없냐”고 묻는 대사에서 명문대라는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서울대를 ‘옥스퍼드(Oxford)’로 번역한 게 그 예다.

봉 감독의 북미 행사에 동행하며 봉 감독에게 ‘빙의한 듯한’ 통역을 선보인 최성재 씨도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최 씨는 지난해 12월 9일(현지 시간) NBC 토크쇼 ‘더 투나이트쇼’에 출연한 봉 감독의 통역을 맡아 봉 감독 특유의 말맛을 살린 재치 있는 통역으로 화제가 됐다. 이 방송이 담긴 유튜브 영상에 북미 현지인이 ‘통역이 매끄럽다’며 감탄하는 댓글을 남겼을 정도다. 최 씨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무대에도 올라 봉 감독의 수상 소감을 통역했다.

‘마더’로 봉 감독과 첫 인연을 맺은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도 기생충 제작 전반을 총괄한 주역이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발표되자 봉 감독의 손짓에 곽 대표도 배우 송강호 등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봉 감독이 참석하지 못하는 세계 각국 시상식에 대신 참석하기도 했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의 톰 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영화를 미국에 꾸준히 선보이며 북미 시장에 한국 영화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네온은 ‘설국열차’의 미국 배급을 맡기도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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