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車사고후 부정청구 잇따라 안구건조증에 공황장애 치료까지… 보험사가 진료내역 못보는점 악용 “전체 보험료 인상 부추겨” 우려
B 씨도 차 범퍼가 살짝 긁히는 가벼운 사고를 겪은 뒤 생식기 감염 질환, 자궁근종, 불임 치료 등 총 390만 원을 치료비로 쓰고 보험금을 받았다. 보험사가 진료비 총액만 확인할 수 있고 진료 내용은 알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경미한 차 사고에서 실제 사고와 관계없는 질환을 치료한 비용까지 보험금으로 청구해 받아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가 사전에 부정 청구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전체 보험료 인상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2∼14등급은 대개 염좌나 타박상 정도의 수준이지만 해가 갈수록 청구되는 진료비가 늘고 있다. 과다 청구, 부정 청구가 의심되지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에 적절한 수준의 진료인지 사전에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병원이 환자의 진료 명세를 심평원에 보내면 심평원은 1차 심사를 거쳐 보험사로 통보한다. 그런데 보험사가 받는 자료에는 환자의 부상 정도와 총 진료 비용만 있을 뿐이어서 어떤 질환으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
보험사에서 부정 청구 의심 사례를 찾아내더라도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복잡하다. 보험사가 사고 등급에 비해 과도하게 많이 청구된 건을 엑셀표를 보고 일일이 확인해 심평원에 이의를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경미 사고의 경우 개별 청구 금액이 작고 건수가 많아 사실상 이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사고 수준에 비해 유독 청구 금액이 과도하게 많은 경우만 심평원에 이의를 신청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는 보험금 청구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료 행위와 진료 내용 등을 전산화해 보험사가 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수은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는 “병원부터 보험사까지 일원화된 보험금 청구 시스템을 도입하면 보험금 누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