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2일 만난 박 씨는 “바비칸의 프로그래머가 BBC 등 현지 라디오에서 제 음악을 듣고 지난해 연락을 해왔다. 런던 심포니의 공간에서 공연을 하게 돼 신기하고 기쁘다”고 했다. 바비칸이 직접 기획한 컨템퍼러리 뮤직 시리즈의 일환이다. 폴란드 음악가 와코우 짐펠과 박 씨가 1, 2부로 나눠 무대에 선다.
피리, 생황, 양금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직접 작곡한 음악을 연주하는 박 씨는 2016년과 2018년 발표한 두 장의 솔로 앨범으로 해외 매체의 극찬을 받았다. 영국의 가디언과 BBC, 미국의 피치포크와 스핀 등 유수 매체가 박 씨의 음악세계를 상찬하며 ‘올해의 음반’ 목록에 등재했다.
“‘Philos(필로스)’는 에로스, 아가페와 다른 사랑이죠. 저에게는 소리와 시간에 대한 사랑이에요. 반복과 집중이 제가 그 사랑에 다가가는 방식입니다.”
박 씨의 작곡법은 일견 단순하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이미지에 기반해 하나의 악기로 즉흥 멜로디를 만든다. 녹음한 뒤 여러 번 반복해 듣는다. 명상에 비견할 작업.
“어떤 녹음 구간을 엄청나게 집중해 반복적으로 듣다보면 신기하게도 거기에는 없는 다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요.”
“강서구 염창동에서 녹음한 ‘Walker: In Seoul’이란 곡에서는 연주하는 동안 실외에 마이크를 설치했어요.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버스 소리를 실시간으로 함께 담았죠. 현장음, 전자음악, 피아니즘의 경계를 흐리는 독일 음악가 닐스 프람을 좋아합니다.”
“저도 제 음악 장르가 뭔지 모르겠어요. 국악 퓨전, 월드뮤직이라는 틀은 이제 전혀 어울리지 않죠. 미니멀하며 실험적인 현대음악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요. 그저 아름다운 소리를 계속해서 찾아가고 싶습니다.”
※와코우 짐펠: Waclaw Zimp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