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군부실세 제거로 중동이 초긴장 상태에 휩싸인 상황에서 미국 측의 황당한 실수가 나왔다. 6일(현지시간) 미군의 이라크 철수를 시사하는 내용의 미군 이라크 태스크포스(TF) 지휘자 명의 서한이 유출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
윌리엄 실리 미 해병대 여단장(준장) 명의로 된 이 서한에는 “이라크 의회와 총리의 요청에 따라 통합합동기동부대(CJTF-OIR)는 앞으로 수일이나 수주 동안 병력을 재배치할 것”이라면서 “통합합동기동부대는 ‘이라크 밖으로의 이동’(movement ouf of Iraq)을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시행하기 위해 특정 조처가 필요하다”고 쓰여 있다.
AFP통신은 서한 내용을 인용, 이라크 의회가 자국 정부에 외국군 철수를 요구한 지 하루만에 미국이 이라크 철수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에스퍼 장관은 “그게(서한이) 어디서 왔는지, 그게 뭔지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미군이 이라크를) 떠난다는 결정도 없고 떠날 계획도 없으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린 이라크에서 동맹과 함께 이슬람국가(IS) 제거 임무 수행에 전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이번 논란이 “실수였다”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서한은) 초안이었고, 실수였으며, 서명되지 않았으며, 공개되지 말았어야 했다. 서투르게 쓰여 있어 (미군) 철수를 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랭크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의 실수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서한 실수’의 배경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단순 해프닝으로 보인다. 당장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발을 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이라크 정부가 미군 철수를 주장한다면 ‘아주 큰’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솔레이마니 제거 무대가 된 이라크 바그다드는 더더욱 첨예한 긴장상태에 노출돼 있다. 이라크에선 주권국가인 수도 바그다드가 미국의 공습 무대가 됐다는 데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으로서는 이란뿐 아니라 친이란 성향을 보이는 이라크 시아파정부에 경고를 보낸 양수겸장격이다.
이미 미군은 이란의 보복 가능성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 격퇴 작전을 중단했고, 이라크 주둔 미군 5200명도 이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방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국의 이라크군 훈련도 중단됐고 미 정부는 이라크 내 미국 민간인들에게 출국을 촉구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