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이 6일(현지 시간) ‘B-52’ 전략폭격기 6대를 인도양으로 보내고 해군·해병대 4500명의 중동 추가 파병을 결정했다. 이란 정부는 1988년 7월 미 해군의 오판으로 격추된 이란 항공기 ‘IR-655’의 사망자 290명을 언급하며 맞섰다.
CNN 등은 이날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무인기 공격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동 최대 미 공군기지인 카타르 알우데이드가 아닌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 공군기지로 ‘B-52’ 6대를 급파한다고 전했다. 추가 파병 병력 4500명은 수륙양용함 USS 바탄호에 탑승해 우선 지중해로 파견된 뒤 대(對)이란 작전에 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숫자 ‘52’를 언급하는 자들은 ‘290’도 기억해야 한다. 이란을 절대 협박하지 말라”고 썼다.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79년 11월부터 444일간 이란 테헤란 미 대사관에서 미국인 52명을 인질로 붙잡힌 사건을 거론하며 “이란의 52개 시설을 조준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맞대응한 것이다. 당시 미군은 민간 항공기 IR-655를 이란 공군기로 착각해 미사일로 격추시켰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란이 정상국가처럼 행동하면 대통령은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미국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한 후 미 고위관계자가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