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9시 20분 광주 남구 주월동 한 주택의 작은 방. A 씨(63)와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인 부인 B 씨(57)가 7㎡ 넓이의 좁은 방에서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광주 남구노인복지관 직원은 활동 감지센서에 A 씨 부부가 움직임이 없자 방문했다가 사망사실을 알게 됐다.
A 씨는 40㎝높이 침대 밑 방바닥에 천장을 보고 숨져 있었다. B 씨는 얼굴 주변에 베개, 방석이 있고 이불과 기저용 방수포(가로 50㎝, 세로 50㎝)를 덮고 있었다. 침대 위 전기장판은 물론 전등, TV는 켜져 있었지만 방바닥은 차가웠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이들 부부의 변사신고를 접한 직후 B 씨가 이불과 방수포를 덮고 있어 행여 강력사건이 아닌지 수사했다. 경찰은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A 씨 부부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A 씨는 저체온증, B 씨는 뇌출혈로 숨진 것으로 같다는 잠정결론을 얻었다. 경찰은 A 씨 부부가 발견 1주일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A 씨는 갑자기 B 씨가 뇌출혈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정신을 차리라고 침대 위에 있던 베개, 방석을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B 씨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오다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A 씨는 의식을 잃은 B 씨가 행여 추울까봐 오른 손으로 침대위에 있던 이불과 방수포를 옮겨 덮어준 것으로 추정했다. 마지막까지 부인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안간힘을 다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거동을 못하던 A 씨는 누구에게도 구조요청을 하지 못한 채 차가운 방바닥에 있다가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중증환자 응급안전 서비스 일환으로 A 씨 부부 집에 설치된 감지센서도 이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