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48’을 통해 배출된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 일본에서도 입지를 구축한 이들은 음반 활동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고 있지만, 나란히 조작 논란에 휘말린 엑스원의 그룹 해체 선언의 여파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CJ ENM
■ ‘프듀 조작 논란’ 엑스원 해체했는데, 아이즈원은 활동 재개 긍정적 검토?
혼란 가중 생각않고 이익만 좇아
세부적 피해 보상안도 마련 안해
소속사 “무슨 명분으로 활동하나”
‘모모랜드를 찾아서’ 조작 의혹도
장밋빛 미래는 결국 잿빛이 됐다. “세계를 놀라게 할 글로벌 아이돌의 탄생”이라며 원대한 포부를 안고 출발한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이 데뷔 4개월 만에 해체했다. 지난해 8월 케이블채널 엠넷 ‘프로듀스X101’을 통해 결성된 엑스원이 ‘조작 논란’으로 ‘치욕’의 시간과 함께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사태의 책임자인 CJ ENM 측은 “(엑스원의)활동 재개를 위해 노력했지만 해체를 결정한 소속사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논란을 피해가는 한편 같은 논란에 휩싸인 ‘프로듀스48’ 출신 아이즈원의 “활동 재개를 긍정 검토하겠다”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실 CJ ENM 측이 조작 논란 직후 “국민프로듀서들과 약속”이라며 엑스원의 데뷔를 강행하지 않았더라면 사태는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멤버들은 첫발도 제대로 떼보지 못한 채 ‘조작 멤버’ ‘조작 그룹’이라는 의심과 오명 속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해체 결정 이후 일부 멤버들이 오히려 SNS를 통해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CJ ENM 측은 출연자들에게 금전적 보상은 물론 향후 활동 지원 등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재까지 세부적인 피해 보상안 등 이렇다 할 대안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자들도 피해자다. 시청자들은 ‘픽’한 후보들이 최종 그룹 멤버로 발탁되도록 유료 투표 문자로 응원했다. 최근 검찰은 시청자 유료 투표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안준영 PD 등을 구속기소하면서 “CJ ENM이 엑스원과 아이즈원을 통해 거둬들인 유료 투표 수익금만 1억2500만원”이라고 공시장에 적었다. 신윤용 CJ ENM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시청자들도 문자 투표를 통해 피해를 봤기 때문에 요청이 있다면 환불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법은 추후 논의해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엑스원의 공식 팬클럽 회원 가입비(3만4000원)도 확인 절차를 거쳐 조만간 모두 돌려줄 계획이다.
그룹 아이즈원. 스포츠동아DB
● 엑스원은 해체, 아이즈원은?
이제 엑스원 멤버들은 아픔을 뒤로 하고 원 소속사로 돌아간다. 9명의 멤버 모두가 기획사 소속 연습생이거나 기성 그룹의 멤버들이다. 방송을 통해 멤버별로 어느 정도 팬덤도 확보해 정식 데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멤버들은 개개인의 특장을 살려 솔로나 소속 그룹 합류, 연기자 등으로 새 출발한다.
CJ ENM 측은 ‘프로듀스48’ 출신 아이즈원의 활동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 2018년 데뷔해 팬덤을 형성했고, 일본에서도 입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활동 재개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논란을 모으고 있다. ‘프로듀스’ 전 시즌에서 제작진의 투표 결과 조작 혐의가 드러난 만큼 엑스원만 해체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일부 멤버의 소속사 관계자들은 7일 “엑스원도 해체했는데 아이즈원이 무슨 명분으로 활동하겠느냐”는 입장이다.
한편 7일 엠넷이 2016년 방송한 오디션 프로그램 ‘모모랜드를 찾아서’도 조작됐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그룹 모모랜드의 멤버로 데뷔했다가 지난해 탈퇴한 데이지는 이날 KBS ‘뉴스9’와 인터뷰에서 “프로그램에서 최종 탈락했지만 탈락 당일 기획사에서 연락이 와서 ‘탈락과 관계없이 모모랜드 합류는 계획돼 있었다’고 말해 두 번째 앨범부터 참여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2017년 데뷔 후 처음 활동 정산 내역에 7000만원에 가까운 빚이 있었다”며 “‘모모랜드를 찾아서’ 제작비를 멤버들끼리 나눠 내야 했다”고 주장했다. 모모랜드 소속사 MLD엔터테인먼트는 “멤버 선발과정에 조작은 없었다”며 “데이즈 측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