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식에서 7일(현지시간) 압사 사고가 발생해 최소 50명이 숨지고 200명 넘게 다쳤다.
이란 파르스, ISNA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솔레이마니의 고향 케르만에서 거행된 장례식에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벌어져 50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당국은 대규모 군중이 추가로 몰릴 것을 우려해 솔레이마니 시신의 안장을 연기했다.
솔레이마니는 지난 3일 미군의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공습으로 사망했다.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을 이끈 그가 역내 미군 공격을 주도해 왔다며 추가적인 공격 모의를 저지하기 위해 작전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은 지난 사흘에 걸쳐 이란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치러졌다. 6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장례식에 100만 명이 몰리는 등 이란인들이 그를 국가적 영웅으로 추도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이란은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에 맞서 보복을 천명했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7일 미국에 대해 13개의 복수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샴커니 총장은 “미국은 안보회의에서 현재까지 13개 복수 시나리오가 논의됐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가장 약한 시나리오를 합의한다 해도 이를 이행하면 미국에 역사적인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인 살라미 IRGC 총사령관은 이날 케르만에서 거행된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에서 “우리는 복수할 것이다. 거칠고 강력하며 단호한 복수를 해 그들을 후회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순교한 솔레이마니가 살아있을 적보다 더욱 강해졌다며 “미국을 향한 증오의 씨앗이 무슬림들의 마음에 뿌려졌다. 그들에게 안전한 장소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복수를 이행할 강력한 결의를 갖고 있다. 미국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그들이 지지하는 곳에에 불을 지를 것이다. 그들은 그 곳이 어딜지 알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의회는 이날 미군과 미 국방부를 테러 세력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이들은 “군, 정보, 재정, 기술, 병참을 포함한 이들 군을 지원하는 어떤 일이라도 테러 행위에 대한 협력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2015년 국제사회와 맺은 핵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이행 역시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라늄 농축 정도와 양과 관련해 JCPOA 준수 사항을 더 이상 따르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미국 해운청은 이번 사태로 역내 위협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중동을 지나는 선박들에 주의를 당부했다. 이들은 “이란의 대응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내 미국의 해상 이익에 대해 이란이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중동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요충지다.
지난해 이 해협에서 유조선들이 잇달아 공격을 받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은 이란을 공격 배후로 지목했지만 이란 정부는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해 왔다.
바레인에 배치돼 있는 미국 5함대 대변인 조슈아 프레이 사령관은 “역내 긴장과 위협 고조에 따른 안보 예방 조치 차원에서 상선들에 적절한 조언을 계속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런던=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