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원자바오(溫家寶)식 셈법’이라는 게 있다. 그가 총리 시절 한 얘기로 “아주 작은 문제도 13억(지금은 14억 명)을 곱하면 큰 사건이 되고, 반대로 아주 큰 일도 13억으로 나누면 사소한 일이 된다”는 내용이다. 중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수치를 인용할 때 편리한 대로 이 셈법을 동원해 왔다. 중국의 GDP는 13조 달러로 미국(20조 달러)에 이어 2위다. 반면 1인당 GDP는 59위다(통계청·2018년 기준). 중국 정부는 국내 정치용으로 위세를 과시할 때는 세계 2위인 국가 GDP를, 대외적으로 “우린 아직 후진국”이라고 엄살 부릴 땐 1인당 GDP를 내밀었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선 것이 확실시된다고 외신이 전한다. 한국은 1995년 1만 달러를 넘었고, 외환위기 때 주저앉았다가 2002년 회복했다. GDP 1만 달러는 세계은행 기준으로 고소득 국가(1만2375달러)에 바짝 다가선 ‘중상위 소득 국가’ 수준이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중국 공산당이 2021년까지 건설하기로 약속한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가 앞당겨 실현된 것 아니냐며 샴페인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양적 성장만큼 빈부격차도 커지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선언하며 내세웠던 선부론(先富論)대로 중국 동쪽의 특구와 해안지역이 먼저 부유해진 반면 서부와 내륙은 여전히 가난하다. 도농 간, 도시 내 계층 간 소득 차도 크다. 2017년 지니계수는 0.467이다. 0.4 이상이면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 0.345다. 부동산 가격도 폭등해 하우스푸어 ‘팡누(房奴)’들이 부동산 투기로 재미 본 아주머니 ‘다마(大마)’에게 적대감을 갖는다. 금수저, 흙수저와 비슷하게 푸얼다이(富二代), 핀얼다이(貧二代) 등 부와 빈곤의 대물림을 뜻하는 유행어가 돈다.
▷14억 인구 중국의 경제성장은 한국 경제에 거대한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의미한다. 중국은 이미 세계 상위 10% 소득자가 1억 명으로 미국보다 많다. 지난해 중국인 여행객은 1억6800만 명으로 세계 여행객 10명 중 1명꼴이다. 1명당 초코파이 하나씩만 팔아도 14억 개다. 하지만 인구 14억이면 경쟁자도 그만큼 많아지는 거다. 더구나 중국은 기술 강국이다. 1인당 GDP 3만 달러를 넘겼지만 여전히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퇴행적 리더십으로는 5G 서비스 상용화 개시에서 나아가 6G 시대를 준비하는 1만 달러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쉽지 않을 듯하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