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산업2부 차장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2020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기업이 국가다”란 건배사를 외쳤던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삼보모터스그룹 회장)의 말이다. 대한상의 신년 인사회 건배사는 지방상의 회장들이 돌아가며 맡고 있다. ‘기업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취지에서 한 건배사는 행사에 참석한 기업인 1000여 명에게 많은 지지와 공감을 얻었다.
기업인들에게 지난 1년은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및 무역 갈등 심화로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경영을 해야 했다. 새해를 맞아 일제히 쏟아진 재계 수장들의 신년사에는 어려운 한 해를 힘겹게 버텨낸 소회와 경자년 새해도 만만치 않게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담겨 있다.
민간의 역동성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기업인들의 투자 의지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신사업에 뛰어들어 투자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새로운 가치도 창출된다. 최근 만나는 기업인들은 한국에서 기업 하기 어렵다는 점을 많이 토로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통계에서도 감지된다.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전년보다 13.3% 줄어들어 2013년 이후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생산 시설이나 법인을 직접 설립해 투자하는 ‘그린필드형 투자’는 20.5%나 줄었다.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는 줄어든 반면 국내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는 금액은 매년 늘고 있다. 작년 1∼9월 누적 해외직접투자는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최근 전 세계 리더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자국민 일자리 늘리기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작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한 기간에 국내 대기업 총수들을 따로 만나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준 것에 감사한 마음을 직접 전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글로벌 기업의 총수들을 직접 만나 투자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업을 돕는 것은 부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업인들은 문재인 정부가 기업을 일자리 창출의 주역으로 여기고, 지금보다는 기업의 역할을 좀 더 인정하고 존중해주길 바라고 있다. 일례로 이번 재계 신년 인사회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지난 1년간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수고했다는 격려도 하고, 투자 의욕을 꺾는 규제가 어떤 것들인지 현장의 목소리도 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기업 하는 게 죄’냐고 자조하며 기업 경영을 포기하는 이들이 없도록 기업인들의 기(氣)를 살려주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