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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안전사고 막는 ‘안전문화’[기고/경광숙]

입력 | 2020-01-08 03:00:00


헝가리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강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 26명의 사상자를 낸 지 8개월이 흘렀다. 당시 대형 유람선과 충돌한 소형 관광선은 불과 30초도 안 돼 물에 잠겼다. 하지만 이후에도 같은 여행 코스로 많은 국민이 여행을 떠나고 있다. 필자는 최근 비슷한 스케줄로 10일 동안 동유럽을 다녀왔다. 아쉽게도 현실은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 얼마나 더 많은 국민들이 생명을 잃게 될 것인지 불길한 예감마저 들었다.

매일 수백 km를 대형버스로 달리며 열흘 동안 약 4500km를 이동했지만 안전교육은 전무했다. 버스 맨 앞좌석에 탑승한 가이드는 이동 중 한 번도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안전 불감증을 보였다. 다음은 숙소였다. 가이드는 비상구 안내는 물론이고 마스크 등 비상용품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필자는 화재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비상용 마스크를 가져갔지만 동행한 여행자들은 누구도 비상구와 비상용품을 확인하지 않았다.

또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이 동행하다 보니 일부가 다른 그룹을 따라가거나, 신호등을 건너지 못해 간격이 벌어지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이 때문에 20∼30분씩 일행을 찾아다니는 일이 반복됐는데, 일정 거리 이탈 시 경고음이나 경고 표시가 나타나는 장비를 도입하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다만 사고가 난 다뉴브강 유람선은 동행한 여행객들이 침몰 사고를 언급하며 우려를 표해 옵션 사항이었음에도 탑승이 진행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유람선 탑승 시 안전사항을 점검해 보려는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한국인 관광객들이 사고를 기억한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었다.

필자는 소방관과 기업 안전관리자로 35년가량 근무하며 안전 관련 업무를 수행해 왔다. 여행 시 교통안전과 숙소 안전시설 점검 등도 업무 중 하나였다. 관광업계에는 다음 사항을 제언하고 싶다. 해외에서도 국내 공항버스처럼 차량 탑승 시 안전설비의 위치와 사고 대응 방안 영상 안내 또는 가이드의 구두 안내가 필요하다. 숙소에서도 비상구 등 안전사항에 대한 안내가 필수적이다. 유람선에 대해선 여러 번 나온 얘기지만 탑승 시 구명조끼 착용은 물론이고 사고 시를 대비해 밀폐된 선내에 머물기보다 개방된 선수나 선미에서의 관광이 바람직하다.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챙기는 문화 정착을 통해 한국인 관광객이 다시는 해외에서 큰 사고를 경험하지 않기를 바란다.

경광숙 기업안전감독관·전 소방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