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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원정대원 가족품에 돌려줘 감사”… 산악인들 네팔등산협회에 감사패

입력 | 2020-01-08 03:00:00

작년 10년만에 실종대원 유해 수습
네팔정부 나서 신원확인 등 큰 도움
엄홍길 대장도 현지 행사에 참석




6일 오후(현지 시간) 네팔 카트만두 시내의 한 식당에 모인 산악인 엄홍길 대장,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 산타 비르 라마 네팔등산협회장, 셰르 단 라이 네팔 제1주 주총리(왼쪽부터). 카트만두=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네팔 히말라야의 수많은 고봉(古峯)에 오르는 산악인들의 꿈은 정상 등정이겠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산악인들의 마지막 ‘등반’은 가족들과의 만남이 아닐까요.”

6일 오후(현지 시간) 네팔 카트만두 시내의 한 식당. 네팔등산협회장인 산타 비르 라마 씨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해발 6441m) 북벽 신루트 개척 도중 실종된 직지원정대 소속 고 민준영 등반대장(당시 36세)과 박종성 대원(〃 42세)을 10년 만에 발견한 것은 정말 ‘기적’”이라고 말했다.

라마 회장은 “최고 난도의 히말라야 고봉 등정에 나선 산악인 가운데 불의의 사고로 목적을 이루지 못한 산악인이 많은데, 그들을 찾아 집으로 돌려보내면 그게 진짜 산행의 목표를 달성한 게 아닌가”라며 “두 대원을 가족의 품에 보낸 것은 전 세계 산악인들에게 큰 희망을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은 당시 등반팀을 이끌었던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56·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이 ‘동생’들의 유해 수습과 한국 가족들의 품에 돌아올 때까지 큰 도움을 준 네팔등산협회에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직지원정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直指)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08년 출범했다. 원정대는 2009년 8월 27일 출국해 히운출리 북벽에 신루트를 개척하고 ‘직지루트’라는 이름을 붙일 계획이었다. 민 대장과 박 대원은 9월 23일 해발 4200m 지점을 출발해 정상 등반에 나섰지만 이틀 뒤인 25일 오전 8시 반경 해발 5400m 지점에서 베이스캠프와 마지막 교신을 한 뒤 연락이 끊겼다. 지난해 7월 하순 한 목동이 민 대장과 박 대원을 우연히 발견했고, 네팔등산협회와 정부 등의 도움으로 신원이 확인돼 10년 만에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앞서 이들은 2008년 6월 16일 히말라야 카라코람 차라쿠사에 있는 무명봉(해발 6235m)을 등정해 ‘직지봉’으로 명명한 베테랑 산악인들이었다. 파키스탄 지명위원회가 이 미답봉을 ‘직지봉’으로 공식 인정해 파키스탄 및 세계 각국의 지도에도 표기됐다.

이날 감사패 전달식에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도 함께했다. 평소 박 전 대장과 친분이 있던 엄 대장은 엄홍길 스쿨과 현지 봉사활동을 위해 네팔 현지에 왔다가 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엄 대장은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산악인들을 찾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데, 직지원정대 동생들의 소식을 듣고 감격했다”며 “신원 확인과 고국 귀환 등의 과정에서 힘을 써주고 두 동생들이 10년 만에 가족의 품에 돌아와 긴 등반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도와 준 네팔등산협회와 네팔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라마 회장은 “네팔등산협회는 히말라야 고봉 등정에 나섰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전 세계 산악인들이 가족들의 품에서 영면할 수 있도록 찾아내고 돌려보내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카트만두=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