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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에 수십만 독자… 우리도 베스트셀러 작가랍니다

입력 | 2020-01-08 03:00:00

웹소설 작가 3인 ‘밀차-강하다-달콤J’




“단군 이래 소설가가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시대 아닌가.”

최근 만난 40대 중반의 작가가 말했다. 소설을 1만 부 이상 팔기 어려운 때에 뜬금없는 소리 같다. 하지만 이 작가가 칭한 ‘소설가’가 모바일 플랫폼에 기반한 웹소설 작가를 포함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이미 한 해 수입이 10억 원을 넘는 작가가 10명 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4300억 원. 2013년 약 100억 원에서 5년 만에 40배 이상 성장했다.

7일 카카오페이지의 ‘밀차’, 네이버웹소설의 ‘강하다’ ‘달콤J’ 작가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3인 모두 필명을 쓰는 30대 여성으로 최근 전업 작가가 됐다. 주요 장르는 로맨스. 수 만에서 수십 만의 누적 유료 독자를 갖고 있다. 이들에게 웹소설 작가란 무엇인지 물었다.

―필명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하다(강)=달콤하고 부드러운 로맨스라는 장르와 다소 세게 느껴질 수 있는 필명의 언밸런스함이 마음에 듭니다.

달콤J(달)=회사 생활을 하며 글을 쓸 때 웹소설을 보는 동료가 혹시라도 알아보지 않을까 하는 민망함에 썼어요. 달달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오글거리는 포부도 있었고요.

밀차(밀)=손수레를 가리키는 밀차인데요, 첫 연재 시작할 때 쓰던 닉네임이에요.

―웹소설을 쓰게 된 계기라면….

달=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인의 소개로 사이트를 알게 됐어요.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집에서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강=이야기 짓는 걸 좋아해서 도전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이 내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웹소설을 알게 됐고요.

밀=카카오페이지에서 웹소설을 접하고 무작정 연재를 시작했어요.

―하이틴로맨스나 할리퀸로맨스, 귀여니를 아시나요.

밀=(2000년대 초반 인터넷 소설 붐을 이끈) 귀여니 작가님의 후세대 작가라고 생각해요. 로맨스 소설에 비해 웹소설은 호흡이 더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하죠.

강=하이틴로맨스를 보고 자랐어요. 사랑에 대한 이상향을 보여준다는 목적은 같지요. 로맨스물이 한 번에 풍성하게 차려놓는 일품요리라면 웹소설은 장시간 천천히 즐기는 코스요리예요.

달=로맨스물이 특정 장르를 기반으로 특정 연령과 성별을 겨냥했다면 웹소설은 연령과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선택해 볼 수 있지요.

―소재나 아이템은 어떻게 구하나요.

강=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캐릭터를 잡아서 그에 맞는 소재나 아이템을 부여합니다.

달=신문 기사나 인터넷 뉴스 등에서 사회적 이슈나 흥미로웠던 이야기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밀=로맨틱 코미디부터 공포 스릴러까지 여러 장르를 다양하게 보면서 열심히 줍고 있어요.

―작업은 언제 하나요.

밀=늦은 저녁부터 자기 전까지, 아침부터 마감 전까지. 여유가 있으면 스마트폰 앱으로 조각글을 쓴 다음에 다듬어 완성해요.

강=여가활동과 취미에 많은 시간을 내는데 이동할 때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 노트북을 휴대해서 틈틈이 작업하죠.

달=직장생활처럼 점심시간, 쉬는 시간을 정해놓고 일해요. 스스로 조절하지 않으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더라고요.

―웹소설은 ‘싼 소설’이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밀=싸게 볼 수 있으니 접근성이 높아 많은 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요. 웹소설의 기능 자체를 폄하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강=웹소설은 지금도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죠. 시작에 비하면 많은 발전이 있었어요.

달=장르소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져서 인식이나 인지도도 점점 더 대중화할 거라고 봐요.

―웹소설의 존재 이유는 뭘까요.


강=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 출근길의 지루함, 친구를 기다리는 몇 분간을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죠.

밀=현실의 근심에서 잠시 벗어나 즐길 수 있는 휴식을 선사하는 것. 제 목표이기도 해요.

달=드라마 영화 웹툰 같은 2차 콘텐츠 시장 확대에 역할이 있을 거라고 봐요.

―본격문학과 비교되나요.

밀=본격문학과 웹소설이 같은 위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봐요. 다큐멘터리와 예능의 위상을 서로 비교하지 않듯이 말이죠.

달·강=종이책 시장과는 달리 작가에게나 독자에게나 진입장벽이 낮아요. 작가도, 독자도 될 수 있다는 장점이 확연히 다르죠.

―목표가 있다면요.

달=50대 아내가 암 수술을 받았다는 남편분에게서 e메일을 받았어요. 제 소설을 아내에게 읽어주면서 가족이 많은 힘을 얻으셨다고요. 한 사람이라도 공감하고 가슴이 따뜻해질 수 있는 글을 쓰자고 다짐했어요.

강=15년을 버티면서 매년 새 작품을 내는 것. 잘하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게 문제거든요.

밀=올해를 무사히 완결하고 새 작품을 내고 싶어요.

―웹소설 쓰는 팁을 주신다면….

강=연습작을 반드시 완결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완결하는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밀=시작보다 이어 나가기가 어렵고 완결은 더욱 어렵죠. 완결까지 이어 나가는 게 중요해요.

달=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