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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독자적 남북관계 개선 의지… 비핵화 언급은 없었다

입력 | 2020-01-08 03:00:00

[대통령 신년사]안보 분야




대통령 신년사 듣고 있는 국무위원들 국무위원들이 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 발표를 듣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경두 국방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밝힌 2020년 대북 정책의 핵심은 북-미 대화만 지켜보는 관전자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은 물론이고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도쿄 올림픽 남북 단일팀, 접경지대 협력 등 남북 협력 제안을 쏟아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북한의 도발 위기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동시에 극복해야 한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북한의 반응에 따라 문 대통령의 대북 유화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4월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운신 폭 넓히겠다”던 文, 5대 남북 협력 제안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4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등에 대해 논의하며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2일 신년 인사회에서 “남북 관계에 있어 더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한 문 대통령은 이날 구체적인 남북 협력 아이템도 제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2019년을 성과 없이 흘려보냈다고 본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남북 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며 “북-미 대화가 성공하면 남북 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더 활짝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와 달리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한반도는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다양한 남북 협력을 통해 올해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 진전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북한 관광 활성화에도 큰 뒷받침” “국제적인 지지” “남북이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 등의 표현을 써가며 김 위원장의 화답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거듭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공조에 대해선 “미국과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완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자적 남북 관계 개선 추진으로 인한 한미 간 불협화음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일본에 대해선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며 처음으로 신년사에서 미-일-중-러 4강 국가를 모두 열거했다.

○ 비핵화-北 도발-국제사회 설득 등은 언급 無

문 대통령은 계속된 북한의 긴장 고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동창리에서 중대한 실험을 했다고 과시하고, 김 위원장이 새 전략무기까지 공언했지만 문 대통령은 “무력의 과시와 위협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만 했다. 이날 신년사에서 ‘평화’를 17번, ‘남북’을 14번 언급한 것과 달리 북-미 대화의 궁극적 목표인 ‘비핵화’는 한 차례도 말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는 북핵과 비핵화에 대해 6번, 지난해에는 1번 언급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하노이 노딜’ 이후 번번이 한국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며 대화의 문을 닫은 북한이 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거듭 강조하고 있는 스포츠 교류 분야에서도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2, 3월에 열리는 서울 동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와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엔트리 제출과 참가 신청 마감은 각각 26, 17일까지다.

한 외교 소식통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이 화답하면 그때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선(先)제안 후(後)설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제안에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입지가 더 좁아질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도 “청와대가 미국을 설득하려 나선다 해도 국제사회 전체가 반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남북 교류 확대에는 악화된 북한에 대한 여론도 부담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6일 발표한 대북 정책 방향 관련 여론조사에서 ‘강경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6.1%로 ‘현행 기조 유지’(28.1%), ‘유화책’(25.3%)보다 높았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한기재·유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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